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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대한민국 '學의 굴욕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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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지원 vs 단기성과 요구하는 프로젝트 위주

▲노벨상 [사진=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DB]

▲노벨상 [사진=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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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과학계에 10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올해는 특히 더합니다. 지난 5일 노벨생리의학상에 일본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중국 투유유 전통의학연구원 교수 등 3명이 선정됐습니다. 이어 6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에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7일 저녁 노벨화학상이 발표되면 이른바 '노벨 과학상'은 모두 마무리 됩니다. 안타깝게도 어디에도 우리나라 과학자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6일 오후 6시45분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 노벨 물리학상 발표를 앞두고 과학담당 기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매년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되면 미래부 기자실은 붐빕니다. 전문 용어가 많고 생소한 분야여서 서울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 세 명도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노벨 과학상이 발표되면 설명하는 자리가 이어집니다.
마침내 6시47분쯤 노벨위원회가 2015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 교수의 이름이 발표되자 미래부에 모여 있던 전문가와 기자들은 '아~'하는 탄식을 쏟아냈습니다.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탄생했다는 감탄사와 함께 일본이 2년 연속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부러움의 탄식이었습니다. 지난해 나카무라 슈지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죠. 일본은 이로써 올해까지 물리학상과 생리의학상, 화학상 등 노벨 과학상 분야 수상자만 21명을 배출했습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저력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우선 1868년 메이지유신 때부터 시작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집중적 관심입니다. 약 15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노벨 과학상은 검증된 분야에서 선정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긴 시간적 투자는 기본입니다.

둘째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입니다. 일본 정부는 1983년 입자 실험 장치인 '가미오칸데'를 폐광에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당시 수백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1995년 이를 더욱 늘려 '슈퍼 가미오칸데' 건설에 1000억 원을 다시 투입합니다. 긴 시간동안 일본 정부는 기다릴 줄 알았고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지원이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기초가 됐던 것이죠.
세 번째로 시너지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노벨물리학상을 탄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학 교수는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고시바 마사토시 일본 도쿄대 교수의 제자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이들이 제자를 교육시키면서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입니다.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역사는 짧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광복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기초과학연구는 1966년 2월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설립을 시작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옭죄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3년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대부분 연구프로젝트가 '3년'을 기준으로 매년 보고서를 제출하고 평가받는 시스템입니다. 국내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연구하는 시간보다 서류와 영수증 챙겨들고 매년 진행되는 평가에 대비하다 보면 시간이 다 흘러가 버린다"고 푸념하곤 합니다.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노벨상을 못 타는가'라는 질문에 통계적 착시가 들어가 있다는 진단입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OECD 국가에서 가장 높고 차지하는 비중도 규모가 커졌는데 왜 노벨상은 안 되느냐고 질문한다"며 "노벨상은 최근의 투자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습니다.

성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는 기초과학을 멀리 하는 경향 또한 뚜렷하고 넘어야 할 산입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OECD 국가 중 국립물리연구소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최근 노벨물리학상은 고입자에 대한 연구 성과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고에너지물리연구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야에 대한 집중 연구,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전문가와 제자의 선순환 구조 등 일본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경쟁력을 아직 우리나라는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입니다.

차 연구위원은 "일본은 메이지유신 당시부터 서양과 기초연구를 위한 연구교류를 시작했고 1886년 설립된 도쿄대학을 필두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거점으로 성장했다"며 "긴 시간동안 축적된 기초연구 지식, 연구자 네트워크, 연구거점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 노벨 과학상의 현주소"라고 덧붙였습니다.

◆중성미자 질량 있다…올해 노벨물리학상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neutrino, 뉴트리노)에 질량이 있고 형태를 바꾼다는 이론을 제시한 두 명의 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중성미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입니다. 중성미자 변화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캐나다와 일본 국적 두 명의 교수였습니다. 새롭게 제시된 이론은 지금까지 설명되지 않는 중성미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고 우주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6일 2015년 노벨물리학상에 일본 도쿄대학의 가지타 다카아키와 캐나다 퀸스대학의 아서 맥도널드 교수 등 2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지타 교수는 슈퍼 가미오칸데 검출장치를 통해 중성미자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슈퍼 가미오칸데는 폐광에 설치된 거대한 물탱크 실험 장치로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를 위해 수 천 억원이 투자된 장치입니다. 캐나다의 맥도널드 교수는 중수를 이용해 태양 중성미자를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동안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다고 보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고 이에 따라 형태를 바꾼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태양에서 부터 분출되는 중성미자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해 최초로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태양 중성미자뿐 아니라 우주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는 1959년생으로 1986년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아서 맥도널드 교수는 1943년 생으로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1969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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