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연봉반납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KB, 신한, 하나 등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발적으로 연봉의 30%를 반납해 신규채용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게 시발점이 됐다. 이 발표 후 DGB금융, BNK금융, JB금융 등 지방 3대 금융지주 회장들도 임금 20%를 반납해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카드업계, 보험업계 등에서도 임금 반납을 고민하고 있다.
배경이 있든, 없든 간에 금융권의 신규 채용 확대는 환영받을 일인 게 분명하다. 특히 초저금리의 장기화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금융권에 박수를 치고 싶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청년 취업난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2009년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직원의 임금을 삭감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은행권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대기업들도 임직원 임금 반납을 통해 모은 재원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앞다퉈 내놨다.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봉 반납이 청년 취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가뜩이나 은행권은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확 키웠다. 비대한 은행인력의 구조조정 없이 신규채용만 추가된다면 인력구조가 기이해 지는 것은 물론 수익성에도 치명타를 입을 게 뻔하다. 경영진의 연봉 반납이 금융권의 고임금 구조개편 작업의 방아쇠 구실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다. 삭감이 아닌 반납으로 명칭한 만큼 언제든지 연봉 수준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다.
신규 채용은 기업의 이익을 늘고 노동 유연성이 제고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회장들의 연봉 반납이 금융권 전반의 고임금 구조에 대한 개편 작업 없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마침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고임금 구조개편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금융업계가 '경영진 연봉반납'이란 카드를 통해 임금 구조 개편의 멍석을 깐 만큼 금융당국이 실현성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금융사들도 임금구조 개편과 함께 신사업 개발을 통한 수익 기반의 다양화를 통해 고용창출의 여력을 키워야 한다. 이대로 가면 또 반짝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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