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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中企 짓누르는 '명절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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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소기업인들에게 올해 추석 연휴는 조금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달력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정이다. "더도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은 업계에서 금기어가 될 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해서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넉넉하게 쥐어주지 못하는 사정이야 예전과 다를게 없지만 올해 중소 영세기업의 자금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엔화 약세로 대외 수출경쟁력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이 창궐하면서 내수시장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여기에 최근들어서는 한국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돌파구는 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양상이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위치한 도금 전문 모 업체 사장의 하소연은 중소기업의 꼬여버린 자금순환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각종 악재로 매출이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었는데 운영자금을 위해 끌어다 쓴 돈을 명절을 앞두고 상환해야 하는 처지"라며 "채권자 입장에서도 명절에 돈을 쓰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 고사하고 고향가는 길 챙겨줄 선물도 간단하게 준비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소정의 보너스 지급으로 명절 분위기를 내보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려보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다.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는 곳으로 선뜻 대출해주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저성장 시대에 돈을 굴리기가 만만찮은 형편이다보니 금융기관에 매정하다고 나무랄 게재도 아니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44.4%가 지난해보다 추석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괜찮은 편'이라고 대답한 곳은 12.7%에 불과했다.

은행을 통한 자금차입이 어렵다는 응답도 40%에 육박했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곤란한 이유는 "신규대출 기피"가 47.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추가담보 요구" 39.1%, "대출연장 곤란" 32.3% 순으로 조사됐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평균 추석을 보내기 위해 2억54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7500만원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 차원의 추석자금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일시적인 돈 풀기보다도 구조적인 해결책 모색이 심도있게 논의되어야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피해 전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장기침체, 엔저와 같은 악재에도 선방했던 대기업들이 올해 2ㆍ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협력사의 희생으로 충격을 완화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드러내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는 부분으로 우울한 명절을 체감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생산량 감축 통보는 추석을 앞두고 거의 모든 협력사들이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현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실태 파악에 나서 중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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