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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연극 '나는 형제다', 보스턴 테러가 한국에서 터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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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연극 '나는 형제다', 보스턴 테러가 한국에서 터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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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은 지난 2013년 4월 15일 유서 깊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압력밥솥을 이용한 사제 폭발물이 터져 세 명이 죽고 260여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사건 사흘 뒤 타메를란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동생이 몰던 차에 치어 숨졌고, 조하르는 그 이튿날 보스턴에서 체포됐다. 올해 6월 24일 보스턴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터 오툴 판사는 조하르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타메를란과 조하르는 체첸 태생으로, 키르키스스탄과 다게스탄 자치 공화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에서 자랐다. 형제는 수재였다. 타메를란은 고등학교를 우등생으로 마쳤고 조하르는 린지 앤드 라틴 스쿨을 나와 매사추세츠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문제는 가난이었다. 타메를란은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서 중퇴했다. 권투선수가 됐지만 곧 허리를 다쳤다. 조하르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으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한 학기에 일곱 과목이나 낙제를 했다.

연극 '나는 형제다'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추출했다. 경쟁과 배제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한국사회가 만들어내는 인간에 주목한다.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이 만든 새 작품으로서 김 연출의 서울시극단 단장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 연출은 '공공성, 예술성, 대중성'을 모두 고려하는 극단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
고 작가는 보스턴 테러 직후 극본 쓰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갓 스무 살을 넘긴 형제들이 왜 테러를 저질렀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미국사회에 분노를 느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들이 실패를 경험하며 느낀 분노가 한국 젊은이들의 분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갖다 맞추기 식은 아니다. 배경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작품의 설정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과 같지 않다. 운동특기생인 형은 감독의 편견에 시달리다 폭력시비에 연루돼 학교를 나온다. 동생은 천재소리를 듣다 의대에 합격하지만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다. 부모마저 세상을 떠나 그들은 외톨이로 남는다. 기댈 곳을 찾지만 끝내 버림받은 형제는 세상 사람들을 모두 적이라고 느낀다. 형제는 세상을 벌하기 위해 영화관에 압력솥 폭탄을 설치한다. 형은 세상의 선(善을) 회복시키기 위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선언한다.

고 작가가 테러 장소로 영화관을 택한 이유는 불특정 다수가 희생됐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관객에게 테러가 그리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는 "우리 사회에도 곧 닥칠 수 있는 근거리의 문제"라고 했다. 연극은 보호막이 없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가 자생적 테러리스트, '외로운 늑대'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영화관은 테러 장소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무대로 활용된다. 모든 장면에서 무대는 스크린 안과 밖으로 나뉜다. 형제의 성장과정과 에피소드는 스크린 속에 펼쳐지며, 형제가 단 둘이서 만나는 장면은 스크린 밖에 있다. 이러한 설정은 스물한 차례에 걸친 무대 전환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객을 이해시킨다.

배우 이승주가 형 역을, 서울시극단 연수단원 장석환이 동생 역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0일까지 공연한다. 02-399-1095~6.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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