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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범람…藥일까 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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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시장형성 과정" VS "단순 카피캣"
경쟁 구도에 가격인하·품질강화 긍정적 효과 기대
단기간에 커진 시장, 유행 지나면 공멸 우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짜장,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짜장,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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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른바 '미투(Me tooㆍ모방)'의 시대다.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 경쟁사에서 앞다퉈 유사한 제품을 쏟아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굳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새로운 시장형성의 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단순 카피캣(Copy catㆍ모방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단기간에 커진 시장이 한꺼번에 공멸할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품, 화장품, 외식업계의 신제품 대부분이 앞선 인기제품을 따라하는 '미투 전략'을 기반으로 출시되고 있다. 유사제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 역시 최근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식품업계의 허니버터 과자, 과일 리큐트, 굵은 면발의 짜장 라면이다. 지난해 8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출시된 이후 제과업체들은 잇달아 비슷한 제품을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바나나 먹은 감자칩'을, 농심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오리온은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내놨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가세하며 제과시장의 '허니버터' 바람에 부채질을 했다. '원조'격인 해태제과에서도 자가복제 상품 격인 '허니통통'을 출시하기도 했다. 주류업계에선 과일맛을 첨가한 단 맛의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을 롯데주류에서 히트친 이후 무학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이 숟가락을 얹었다. 농심 '짜왕'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는 오뚜기 '진짜장', 팔도 '팔도짜장면'이 따라붙었다.

화장품 업계의 미투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첫 선을 보이고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등 국내 대부분의 뷰티업체들이 유사제품을 내놓은 '쿠션 파운데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2012년9월부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쿠션 파운데이션 형태 및 스펀지(에테르 폴리우레탄)와 관련된 특허침해소송을 각각 진행해왔다. 대법원의 판결로 쿠션 파운데이션 형태 자체는 특허무효판결로 원고(아모레퍼시픽) 패소 판결이 난 상태이며, 에테르 폴리우레탄 관련 소송은 특허심판원의 원고(아모레퍼시픽) 승소 판결에 대한 LG생활건강의 특허무효심결취소 항소가 진행중이다. 클레어스코리아 역시 히트제품 '마유크림'의 유사 제품 및 짝퉁 제품이 시장에 급속도로 퍼지자 해당 업체들과 상표권 분쟁을 벌였고, 법원은 유사 업체들의 제품에 대해 가압류 처분명령을 내렸다.

누가 누구를 베끼는지 판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시기에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양사는 모방을 극구 부인하고 제품 개발에 대한 사전 정보 유출까지 거론한다. 더샘과 토니모리의 '대나무 수딩젤', 스킨푸드와 토니모리의 '문구 콘셉트 화장품'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화장품 제조전문업체(OEM,ODM)의 성장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미투제품 출시 간격을 좁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외식업계의 모방열풍도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중견외식기업인 푸른마을의 한식뷔페 '풀잎채'가 인기를 끌면서 CJ푸드빌(계절밥상), 이랜드(자연별곡), 신세계푸드(올반) 등 대기업이 가세했다. 롯데도 올 하반기 중 한식뷔페를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미투전략을 '파이키우기'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야 인기가 지속될 수 있고, 가격 및 품질경쟁으로 제품 자체의 질(質)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특허나 핵심 아이디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콘셉트를 유사하게 끌고가는 것은 파이를 키워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엔 제품 콘셉트 뿐 아니라 포장지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베끼기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스타 제품을 뒤쫓아 별도의 연구ㆍ개발(R&D) 노력없이 기본적 매출을 보장받는 얄팍한 수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기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면 시장질서가 어지러워 질 수 있다"며 "과거 하얀국물 라면이 그랬듯, 인기가 사그라들면 시장이 공멸하는 리스크도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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