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스페인의 올해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아일랜드는 아직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1분기의 경우 전기 대비 1.4% 성장했다. 이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IMF는 올해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각각 3.1%, 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전망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최근 자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4.1%, 4.2%로 제시했다. 그만큼 경기회복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스페인의 여행산업이 부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6월 스페인에 뿌리고 간 돈만 65억유로(약 8조3480억원)다.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스페인은 사상 최대인 283억유로의 관광 매출을 올렸다.
스페인 국민의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 사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28.3%에 이른다. 2년 전의 경우 15%에 불과했다.
스페인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게 호재다. 그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2011년 출범 이후 연금 개혁, 세금 인상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해왔다.
라호이 총리에게 최근의 경기회복세는 긴축에 따른 반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反)긴축 주장으로 돌풍의 주역이 된 좌파 정당 '포데모스'를 견제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스페인 나라바 대학 경영대학원(IESE) 경제학과의 하비에르 디아스 지메네스 교수는 "상반기 성적이 좋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하반기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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