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강했던 발해는 하루 아침에 망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916년 거란을 통일한 '야율보기'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어이없게도 불과 보름만에 수도를 내어준 채 망해버린 것이다.
권력을 자식에게 세습하던 시절, 왕위는 실력으로 차지하는 게 아니라 그저 혈통을 잇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본인의 힘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다 보니, 더 똑똑한 경쟁자가 나타날 경우 항상 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권력에는 기생하는 무리가 있기 마련. 자식이 여러명일 경우 결국 권좌를 놓고 내부에서 아귀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왕위 세습제'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경영 능력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회장이면 아들이나 딸도 언젠가 회장이 된다. 자식이 여러 명일 때는 형제들간에 경영권 계승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 것까지 옛날과 똑같다.
롯데 일가의 형제간 싸움에서 두 형제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못할 짓을 한다고 해도 그 집안일이니 남이 상관할 바 없다. 그런데 롯데의 대주주는 신씨 집안의 소유인지 몰라도, 롯데라는 회사의 가치는 이날 이때 까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직원들의 몫이 더 많다. 회사의 오너가 천문학적 금액의 지분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일반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줄 뿐이다. 발해의 백성들은 왕 앞에서 무조건 조아렸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롯데는 신씨 집안 것이 아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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