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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海東盛國 '발해'도 집안 싸움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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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지금으로부터 1300년전 한반도 북부에 발해(渤海)라는 나라가 있었다. 멸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당시 군소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유목민족을 규합해 만든 나라로, 전성기 시절에는 영토의 넓이가 지금의 북한땅을 포함해 중국의 요녕성, 요동반도, 만주, 연해주까지 뻗을 정도로 융성했다.

그토록 강했던 발해는 하루 아침에 망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916년 거란을 통일한 '야율보기'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어이없게도 불과 보름만에 수도를 내어준 채 망해버린 것이다.
변변한 역사책 한 권도 남기지 못해 발해의 멸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활발한 연구를 한 결과 발해 내부에서 오랫동안 왕위 계승 다툼이 벌어져 지도층이 분열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 됐다.

권력을 자식에게 세습하던 시절, 왕위는 실력으로 차지하는 게 아니라 그저 혈통을 잇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본인의 힘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다 보니, 더 똑똑한 경쟁자가 나타날 경우 항상 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권력에는 기생하는 무리가 있기 마련. 자식이 여러명일 경우 결국 권좌를 놓고 내부에서 아귀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왕위 세습제'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경영 능력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회장이면 아들이나 딸도 언젠가 회장이 된다. 자식이 여러 명일 때는 형제들간에 경영권 계승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 것까지 옛날과 똑같다.
최근 롯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의 싸움은 이런 한국 기업 사회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총 집합판 같다. 몸이 불편하고 연로한 아버지(창업주)를 앞세운 장남의 거사를 하루 만에 아버지 퇴진이라는 초강수로 엎어친 차남. 아버지의 후계자는 자기라고 우기는 아들들.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롯데가의 민낯은 전 국민에게 여과없이 드러났다. 재계 서열 5위 기업이 보여준 이번 사태는 국내 재벌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인의 경영권이 단지 '아버지의 뜻'이나 '가족 간 합의' 등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롯데 일가의 형제간 싸움에서 두 형제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못할 짓을 한다고 해도 그 집안일이니 남이 상관할 바 없다. 그런데 롯데의 대주주는 신씨 집안의 소유인지 몰라도, 롯데라는 회사의 가치는 이날 이때 까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직원들의 몫이 더 많다. 회사의 오너가 천문학적 금액의 지분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일반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줄 뿐이다. 발해의 백성들은 왕 앞에서 무조건 조아렸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롯데는 신씨 집안 것이 아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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