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포르노는 마치 성애의 포르노를 즐기는 것처럼 리얼하면서도 과장된 방식으로 음식과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눈길과 그에 따른 반응을 압축해서 표현한 말이다. 포르노의 자극처럼 푸드포르노는 입과 혀와 위장과 기억을 자극하면서 허기를 돋우는 힘이 있다.
쿡방과 푸드포르노, 그리고 요섹남은 한국 사회의 '음식부부'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나는 본다. 무슨 얘기냐 하면,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수천 년의 '역할'이 재해석되면서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예찬과 요리 과정의 포르노적인 전시와 그것을 즐기며 찧고 까부는 쿡방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자들의 주업무였던 가정의 음식 제공자 역할은 거의 끝나가는 듯하다. '삼식이 세끼' 유머의 전도된 비웃음의 신랄함을 보라. 음식으로 그간 조리돼 왔던 부부간의 남녀질서 또한 새롭게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요리가 성적인 섹시함과 병치되는 현상은, 요리에 대한 유희를 강조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녀의 성애 또한 요리의 수준으로 격하되는 게 아닌가. 요리를 즐기듯, 사랑 또한 한 끼 식사처럼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강조되는 형식으로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이는 셈이다. 요리가 푸드포르노가 되면서 TV앞에 앉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처럼, 사랑 또한 과장되게 전시된 것 이상의 실속이 없는 포르노로 사랑의 주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전시된 풍요 속의 허기. 부부는 침 흘리며 푸드포르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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