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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엠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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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관련 통계 부서 사람들이 기자실에 자료를 동시에 배포해. 그러면 기자들은 단거리 달리기 출발 총성이 울린 것처럼 맹렬히 기사를 작성해 날리지."

엠바고와 관련해 10여년 전에 들은 얘기의 요점이다. 국내 기자들은 엠바고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두고 기사를 작성하는 편의를 제공받거나 누리지만 미국 미디어에서는 "얄짤없다"는 말이었다. 엠바고는 미디어에서 '보도시점 유예'라는 관행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매달 첫 금요일 오전 8시에 기자들을 록업룸(lock-up room)이라고 불리는 방으로 데려간다. 기자들은 그전에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 등 모든 개인 소지품을 개별 사물함에 넣어둔다. BLS는 기자들에게 실업률 자료를 주고 설명해 준다. 각 기자는 록업룸에 비치된 공용PC로 기사를 작성한다. 공용PC를 통해 기사가 외부로 전송되는 시점, 즉 엠바고가 통제된다.

미국 실업률 기사에는 자료 제공부터 엠바고 시점까지 30분 말미가 주어지는 것이다. 미국 실업률 엠바고는 정확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정해졌다.

지난주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 판결에 대한 엠바고를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거 엄청난 뉴스"라며 "그런데 진짜 웃기는 건 판결이 나왔는데도 기사가 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실에서 엠바고 걸었다고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 교수는 24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엠바고를 비판했다. 그는 "경쟁해야 할 언론이 스스로 '묵비 카르텔'로 발목 묶기를 해서 후진언론을 자초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언론자유 시대에 기자들의 취재 경쟁은 무한 경쟁"이라며 "판결의 가치를 즉각 알아내고, 혹은 판결을 예측하고 나오자마자 보도를 쏟아내는 역량은 기자의 역량이고 해당 언론사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합당한 주장이지만 모든 엠바고가 언론자유 및 알 권리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해외 사례는 미국 실업률 통계 외에도 많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걸린 엠바고에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법원 판결은 법리적으로 복잡해 발표되자마자 기사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내용을 분석하고 판단을 종합해 기사를 작성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엠바고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엠바고의 시간은 사안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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