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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 내 동기인데"…'인연 변론' 관행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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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사법불신' 해소책 필요성 공감…서울중앙지법, 연고관계 있을 경우 재판부 재배당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주고 담당 검사, 판사와 연고가 있는 학교 선·후배,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한 뒤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강요해 담당 검사나 판사를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한다.' (2004년 박찬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법원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상대방 변호사가 재판장 대학 동창이라던데…." 소송에 진 뒤 '사법불신'을 가진 사건 관련자의 하소연은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법조계가 이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까.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8월부터 서울중앙지법은 형사합의부 사건 중 재판장과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 연고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은 함께 공부하거나 근무한 적이 있는지다.

법관과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사법연수원 동기일 때 재배당 요청 사유가 된다. 같은 검찰청·재판부·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했어도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판사가 재배당 요청을 하면 ▲연고관계의 종류 ▲친밀함의 정도 ▲재배당 할 경우 재판 당사자들이 받는 영향 등을 심사한다. 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이 회의를 통해 정한 결과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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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이를 두고 법원의 '전관예우' 자정 노력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법조인의 학연 등을 바탕으로 친밀도를 조사해서 재판부와 가까운 변호인 선임이 고려됐다. 이런 변호인 선임이 허용되지 않으면 사법불신을 부르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경지법 판사도 "법원 내 전관예우 관행이 있다는 의혹에 대한 대책이 될 것"이라면서 "변호사업계도 이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된다. 대법원의 '역할론'도 나온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법원에서 '연고관계 사건 회피'를 각급 법원으로 확산하자고 해주면 국민이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까"라면서 "재판장과 안면이 있는 사건에 맞춤형 수임을 해온 일부 변호사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다. 대법원 차원에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경우 해당 변호사들도 재판장과 연고관계가 있는 재판은 알아서 그 사건 수임을 피할 것"이라고 했다.

재경지법 한 판사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다른 법원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법조계 인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효과가 검증돼야한다"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사법부가 첫발을 뗀 '연고 관계사건 회피' 원칙은 최근 중요 재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사건에서다.

두 정치인은 재판 직전 나란히 재판장과 연관이 있는 변호인을 선임했다. 이 전 총리는 변호인으로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이상원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와 같은 연수원 23기다. 홍 지사도 법무법인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 이철의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철의 변호사는 사건 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와 연수원 24기 동기다.

이를 두고 서울변회는 "공판준비기일 단계라는 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 "공정한 재판을 위한 재판부 재배당을 통해 법원은 국민들로부터 사법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홍 지사는 자신이 선임해 논란이 된 이 변호사에 대한 지정 철회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반면 이완구 전 총리는 여전히 '전관' 변호인 선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형사재판 합의부가 결정한 '연고 관계사건 회피'는 다음달 1일부터 기소된 사건에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이 전 총리 재판은 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재배당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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