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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잘못 살았다 싶을 때...체호프는 '그게 인생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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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바냐 아저씨'...이상구 연출
'삶의 실패'라는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내일부터 이틀간 수원장안구민회관서

[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이상구 연출가

이상구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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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극작가 겸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덤덤해 보이는 일상에서 쓸쓸함, 아픔, 괴로움 등을 끄집어낸다. 이 아이러니는 그의 희곡을 끌고 가는 주된 힘이다. 연극과 현실을 잇는 알레고리로 작용해 객석의 일체감을 유도한다. 그 대표작인 '바냐 아저씨'는 '갈매기', '세 자매', '벚꽃동산'에 비해 압축적이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한다. 가장 평범하고 실패한 인생들의 모습을 냉정하게 그려 희망 없는 삶을 살아내라는 체호프의 말을 쉽게 전달한다.

연극 '바냐 아저씨'가 25일부터 이틀 동안 수원장안구민회관 한누리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상구(49) 연출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문득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먹먹한 이들이 많다"며 "이 작품은 인간이 그걸 극복하면서 철이 드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했다.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가 스물아홉 살이던 1889년에 쓴 '숲의 정령'을 10년 만에 재창작한 작품이다. 연극에는 죽은 누이의 딸 소냐와 노모를 모시고 시골 영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바냐와 그를 방문한 매부 세레브랴코프 교수, 매부의 새 아내 엘레나 등이 등장한다. 모두 각자의 문제로 고심하고 서로 감정이 엇갈려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체호프는 이들의 갈등을 통해 19세기 말 러시아 지식인들의 무력감을 보여주려고 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최근 연극 무대에서 자주 만나는 작품이다.

연극 '바냐아저씨'의 공연 안내 포스터

연극 '바냐아저씨'의 공연 안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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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이 작품을 여러 번 공연해본 이상구 연출은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두 가지 요소를 가미한다. 일단 배경을 최대한 차갑게 꾸민다. 등장인물들에게 검은색 옷을 입히고 단색 계열의 소품을 활용해 냉정한 느낌을 배가한다. 그는 "무대만 봐도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는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사실적인 연기를 기반으로 한 코미디 장치다. 의도하지 않게 바뀐 술잔 등으로 생기는 미묘한 심리에 기존의 대사를 적절하게 섞어 소소한 웃음을 전한다. 이 연출은 "여느 때보다 이런 장치를 많이 넣었다"며 "그렇게 유발하는 갈등과 해소가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켜주고 극을 풍성하게 해준다. 2시간20분이나 걸리는 공연의 지루함도 덜 수 있다"고 했다. 배우에게 힘을 빼라고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시골마을의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사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볍게 그려지길 원한다"고 했다.

이상구 연출은 '바냐 아저씨'를 계속 재구성해 국내 실정에 최대한 어울리게 녹여내고 싶어 한다. 고전작품이 외면을 당하는 우리 연극계의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지만 공연을 준비하지 않을 때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 셰프킨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던 1994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았다. 극장의 상임 예술감독까지 지낸 유리 솔로민(80)이 바냐를 연기했다. 이 연출은 "최근에도 그가 바냐를 맡은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보다 중후하고 성숙해진 연기에 작품과 배우가 함께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 섬세함과 깊이를 이 작품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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