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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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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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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ㆍIslamic State)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거점으로 시리아의 절반과 이라크의 3분의 1을 손에 넣었다. 영토는 두 배로 늘어 우리나라 면적과 비슷한 정도다.

IS는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대량학살과 반인륜범죄를 저질렀다. 소수민족 야지디족의 14세 이상 남성을 모두 죽이는가 하면, 이라크군 기지에서 항복한 민간인 1700명을 총살했다. 6~9세 여아와 임신한 여성을 겁탈하기도 했다. 주요 근거지를 넘어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도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4월, 리비아의 한국 대사관 경비원이 IS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전례 없던 세력 확장에 전 세계는 이슬람공포증(Islamophobia)으로 떨고 있다. 이슬람 종교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늘어간다.
그러나 저자 서정민 교수는 "종교와 과격단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S 등은 테러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전의 일부 구절을 확대 해석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란(코란) 속 '지하드(성전ㆍ聖戰)'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저들이 먼저 너희에게 싸움을 걸어온다면 살해하라. 이것이 신앙을 억압하는 저들의 대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만 전투에 임하라는 말이다. 지하드를 수행할 때 민간인을 살상하거나 재산을 유린하는 것도 금지한다. 자살 폭탄 테러도 교리에 어긋난다. 오직 창조주 알라만이 피조물의 생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슬람 자체에 폭력성이 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슬람 과격주의는 언제부터 뿌리 내리기 시작한 걸까? 과격주의는 이슬람 문명권이 외세의 침략으로 나약하고 부패할 때 조금씩 몸을 키웠다. 13세기 중반, 이슬람 중부와 동부 지역이 몽골에 점령당했다. 지도부가 몰살하고 주요 시설이 붕괴했다. 이때 과격주의의 아버지 '이븐 타이미야'가 등장한다. 그는 '순나의 길'을 써서 제국의 몰락이 무슬림의 지식과 믿음의 상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격적인 '지하드'를 의무라고 여기고, 창시자 사도 무함마드나 알라의 가르침과 다른 사상은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사상은 이집트 과격 이슬람주의자 사이드 쿠틉, 알 카에다의 전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및 현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하리, IS 지도자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로 이어졌다.

18세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중동 지역을 침탈했을 때도 과격주의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이라크 전쟁을 벌인 미국이 후세인 세력을 제거했을 때, 민주화 물결이 퍼지며 '아랍의 봄'이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과격주의는 이슬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상국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며 자양분을 얻어왔다. '이상국가'란 무함마드와 그의 후계자들이 이슬람 초기에 건설한 강성대국을 일컫는다.
IS는 지금 그 '이상국가'를 목표로 투쟁 중이다. 강하면서도 도덕적이었던 국가로 돌아가고자 한다. 무함마드와 그의 후계자들은 수십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슬람 국가를 국제사회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집트와 시리아를 거쳐 이란까지 영토를 넓힌 데 이어 페르시아 제국을 몰락시키고 비잔틴 제국의 중요 지역을 장악했다. 이렇듯 이상적인 국가가 그저 '이상'이 아닌 '실제'인 순간이 있었기에 적지 않은 IS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서방에 뒤처진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불행하게도 IS의 계획은 아직까지 순조롭다. IS가 지배하는 사회에는 '파괴'만 있지 않다. 참담한 전쟁범죄를 자행함에도 IS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IS는 실제로 국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지사 열두 명을 두고 지방 행정을 한다. 주지사 밑에는 재정 통치, 군사, 사법, 보급, 치안, 정보, 미디어 담당 부서가 있다. 공식 기구를 통해 통치 행위와 군사 작전을 공개한다. 식수와 연료, 전력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밀을 생산해 싼 값에 식량을 제공한다. 학교에서 무상 교육도 이뤄진다. IS가 이전 정부에 기대할 수 없었던 기능을 수행하자 그들의 이념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이집트의 안사르 바이트 알 마크디스 등 서른한 개 이슬람 무장단체가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IS의 성장 배경에 민중의 지지가 있다는 사실은 군사적 접근만으로 IS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IS 격퇴를 위해서는 군사작전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를 위기에서 빼내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지 기반인 수니파의 지위를 개선할 정책과 시리아 내전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환경이 나아질 때 극단주의에 기대려는 움직임이 수그러들 수 있다. 또한 IS 사태를 종교적 시각에서 주시해서는 안 된다. 종교와 테러세력을 분리해 이슬람과 그 외 종교 간 적대감을 낮춰야 한다. 저자는 "테러는 예방해야 하는 것으로 사후 조치는 부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해결법은 IS의 지지세를 높일 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서정민 지음/시공사/1만3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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