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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블로그] 또 깨진 남북회담…그래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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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정치경제부 차장

김동선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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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이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꼬박 하루를 만났지만 다시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헤어졌다.

지난주 1년여 만에 재개된 남북한 간 회담 얘기다. 지난 16일 남과 북은 1년1개월 만에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열고 북측 근로자 임금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개성공단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정회와 개회를 반복하며 밤 11시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5차례에 걸친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이날 회담 후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공동위 불용론까지 꺼냈다. 그는 "안 한 것보다 못한 회담"이었다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정말 불필요한 기구라는 것을 신중하게 느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차기 공동위가 언제 다시 열릴지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날 공동위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양측 대표는 '가뭄에 단비같은 회담이 되도록 하자'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모인 통일부 직원들에게서는 생기가 돌았다. 통일부 직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개성으로 회담을 떠나는 대표단을 환송했다. 5명의 정부 대표단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도 엿보였다. 그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길어진 탓에 모처럼의 대화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는 의지였으리라.

임기 3년 차인 박근혜정부의 대북관계는 그만큼 꼬여있다. 그만큼 쌍방의 신뢰가 흐려진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비방 성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맞대응해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대화 제의를 계속 해 왔던 터라 이번에 북한이 호응해 온 것이었기에 사뭇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차기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돼 정부로서는 '뜨아'해진 상황이다. 물론 당국자들은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회담이 파국으로 치닫다가도 정상화됐던 전례를 봤을 때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이런 상황은 묘하게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밝혔던 소회를 떠올리게 했다. 홍 장관은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로 시작하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라는 노래를 언급하며 남북관계가 이 노랫말과 꼭 닮았다고 했다.

공동위 개최 소식만 짧게 보도했던 북한은 19일 "남북대화를 추악한 정치적 농락물로 이용하려는 남한의 음융한 기도"라고 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개성 공동위와 성격을 다르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의 남북 국회의장 회담 제안과 국방부의 서울안보대화 초청 등 우리 측 대화 제의에 모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모를 일이다.

회담 결렬 소식을 타진한 후 '직녀에게'라는 노래가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 이 곡은 문병란 시인이 분단의 아픔과 통일 염원을 담아 지은 동명의 시로 노랫말을 만든 것이다. '이별이 너무 길다. (중략)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중략)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얼굴 본 지가 오래여서, 그래서 서먹함이 커서 그랬다고 위안 삼자. 그래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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