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제 14회 동강국제사진제가 오는 24일 막을 올린다. 영월군이 주최하고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 사진제는 동강사진박물관, 야외전시장, 동강역, 여성회관 등 영월 곳곳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진다.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신수진 감독이 기획한 주제전은 '인생은 아름다워-우연의 교집합: 시간, 장소, 사람'전이다. 박소영, 이상현, 장태원, 조습 등 한국작가를 비롯, 딘 큐(Le Dinh Q) 등 해외작가 13명의 작품이 모아진다. 신 감독은 "이주, 점령, 전쟁 등 사회적 맥락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 슬픈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다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주제전 이름을 짓게 됐다"고 했다.
참여작가 중 박소영 작가는 주로 멕시코 태생인 미국 이주민 노동자들의 풍경과 인물 사진을 작업했으며, 조습 작가는 전쟁을 통해 살육된 상처받은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설화, 역사, 동화 속 장면으로 새롭게 각색한 사진들을 내놨다. 이상현 작가의 경우 비운의 일생을 살았던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과 대한제국시절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만약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을 우리가 가지고 있었다면'이라는 상상 속 질문을 디지털 몽타주로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고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버려진 의친왕의 자손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추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출신 딘 큐의 사진 속엔 캄보디아 독재정권으로 초토화된 베트남-캄보디아 접경마을의 한 교도소에서 처형된 인물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그런 정세 속에 난민이 돼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경험을 작품에 담았다. 베트남 전통 직물 수공예 기법을 차용해 합성하는 사진제작방식을 취한다. 딘 큐는 "독재정권의 소용돌이 속에 누군가 체포되면 가족 전체가 교도소에 들어가고 죽임을 당해야 했다. 어린 아이들은 군대에 보내 훈련을 시켰다"며 "친척에게 수공예를 배웠는데, 두 개의 사진을 합성해 직물을 짜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동강사진상 수상전은 역대 '동강사진상' 수상자들이 추천한 후보군에서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되며, 올해 수상작가인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는 노인들만 남은 척박한 농촌의 현실과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땅의 소리', '불안, 불-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 작품을 전시한다. 국제공모전에서 올해의 공모작가로 뽑힌 오스트리아 작가 루토드 로버트(Rutoed Robert)는 유럽 전역을 돌며 독특한 인물 이미지 컬렉션들을 선보인다. 보도사진작가전에선 5명의 여성 사진기자들이 찍은 뉴스현장의 생생한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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