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미디어산업은 여론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창조경제의 견인차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미디어산업에 대해 갖는 기대가 크고 국민들의 생활과 미디어산업의 심리적인 거리가 가깝기에 내수 위주의 갈등 산업이라는 미디어산업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 국민들은 미디어산업의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보고 있는 셈이다.
대내적으로 우려되는 바는 미디어산업 내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생태계 차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은 CPND(콘텐츠ㆍ플랫폼ㆍ네트워크ㆍ단말기)가 연합한 생태계 간의 경쟁시대인데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은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는 강하나 플랫폼과 콘텐츠는 취약한 산업 간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 미디어 생태계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나 우리나라 플랫폼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미디어 생태계 내 갈등, 특히 수익배분 또는 주파수 등의 자원배분을 둘러싼 사업자 간의 갈등이 필요이상으로 고조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미디어산업의 전모를 알면 상당히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지금에 위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정부는 미디어산업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인 갈등 해소와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유도하는 생태계 기업집단 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매출 5조원 이상의 대형 미디어기업을 4~5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과거 종합상사 모델을 원용하여 대형 미디어기업을 육성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미디어기업들의 홈마켓을 1억5000만명 정도의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진흥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학을 제외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 공영방송 부분을 제외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기능을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로 통합하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미디어산업의 전모를 보아야 하며 미디어기업들과 정부는 능동적으로 미디어산업의 대내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미디어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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