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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비전]'매출 5조' 대형 미디어기업 탄생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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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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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도시 말라가에 가면 화가 피카소의 생가와 피카소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에는 '어머니와 아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걸려 있는데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과 관련해서 피카소는 아기는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본다는 의미가 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미디어산업은 여론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창조경제의 견인차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미디어산업에 대해 갖는 기대가 크고 국민들의 생활과 미디어산업의 심리적인 거리가 가깝기에 내수 위주의 갈등 산업이라는 미디어산업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 국민들은 미디어산업의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보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산업의 문제는 크게 대외환경의 위협과 대내환경의 문제점으로 대별된다. 우선 미디어산업의 대외환경을 살펴보면 플랫폼을 장악한 미국기업 GAFA(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가 지배하는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매우 초라하다. 미국기업의 강세 속에 중국기업의 약진도 돋보이는데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 등 중국기업이 글로벌 미디어산업의 강자로 부상했다. 더군다나 지난 3월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이제 미디어산업은 국내시장을 방어할 뿐만 아니라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편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ㆍOver the Top) 기업인 넷플릭스가 내년 봄에 우리나라시장에 진출할 예정인데 넷플릭스의 고도화된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네트워크 운영 기술 그리고 해외시장에서 검증된 마케팅 역량은 국내 미디어시장의 판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 우려되는 바는 미디어산업 내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생태계 차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은 CPND(콘텐츠ㆍ플랫폼ㆍ네트워크ㆍ단말기)가 연합한 생태계 간의 경쟁시대인데 우리나라 미디어산업은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는 강하나 플랫폼과 콘텐츠는 취약한 산업 간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 미디어 생태계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나 우리나라 플랫폼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미디어 생태계 내 갈등, 특히 수익배분 또는 주파수 등의 자원배분을 둘러싼 사업자 간의 갈등이 필요이상으로 고조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점으로는 규제가 미디어산업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몇 개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는 칸막이 규제와 국회가 과도하게 정책에 개입하는 정치과잉 현상이 미디어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 정보 격차,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미디어 역기능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미디어산업의 현실이다.

미디어산업의 전모를 알면 상당히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지금에 위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정부는 미디어산업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인 갈등 해소와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유도하는 생태계 기업집단 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매출 5조원 이상의 대형 미디어기업을 4~5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과거 종합상사 모델을 원용하여 대형 미디어기업을 육성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미디어기업들의 홈마켓을 1억5000만명 정도의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산업 진흥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학을 제외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 공영방송 부분을 제외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기능을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로 통합하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미디어산업의 전모를 보아야 하며 미디어기업들과 정부는 능동적으로 미디어산업의 대내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미디어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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