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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주홍글씨 6개 새긴 꼴…'해외 입찰 퇴짜' 국익에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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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담합굴레에 갇힌 건설강국…(下)중복제재, 해결책은 없나

-강도 높은 철퇴만이 능사 아니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입찰 담합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공공공사 입찰방식이 우리를 담합으로 내몬 측면도 크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의 하소연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국책사업을 발주하면서 여러 공구로 나눠 동시에 발주하고 업체별로 1개 공구만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담합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담합 적발 때마다 가시방석이었던 정부는 올 초 이 같은 지적을 받아온 최저가 낙찰제와 1사 1공구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의 '우는 소리'는 여전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담합을 하다 적발되면 줄줄이 엮인 굴비처럼 이어지는 중복 제재는 아직 그대로라서다. 특히 건설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입찰 제한 제재가 사라져야 비로소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담합비리 구태는 척결대상"= 정부는 올 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입찰 담합 예방책을 발표했다. 담합비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면서도 해외 수주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결과물이다.

정부 계획을 보면 내년부터 1사 1공구제는 폐지되고 최저가 낙찰제는 종합심사 낙찰제로 바뀐다. 최저가를 써낸 업체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사수행능력,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입찰참가제한제도에 5년의 공소시효(제척기간)를 둬 담합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나면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단 과거 담합 건까지 소급 적용은 안 된다. 지금까지는 건설사가 담합 판정을 받으면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지방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최대 2년간 모든 공공공사의 입찰에 참가할 수 없었다. 발생 시점 등 별도의 경과 규정도 없었다.

◆건설사 "입찰제한 풀어줘야"= 그런데 문제는 중복 제재다. 그 중에서도 건설사의 영업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입찰 제한이 가장 크다. 정부가 입찰참가제한에 5년의 제척기간을 뒀다고 해도 당장 건설사가 받는 혜택이 없어서다. 건설사들은 굵직한 국책사업이 쏟아졌던 2008~2010년 사이 대거 담합했고 이미 이 때 발생한 담합 건에 대해 과징금과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았다.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제한 자체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입찰 담합이 적발되면 형법과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임직원과 법인에 최대 6개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과징금·벌금은 기본이며 입찰참가가 제한되고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신인도 점수도 깎인다. 행정적 제재부터 형사 처벌, 민사 제재 등 다양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다. 형법 상 과잉금지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입찰제한 범위도 해당 발주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공공공사로 확대하고 있어 업계의 주장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실효성 있는 해법은 없나= 건설사들이 아무리 억울함을 주장한다고 해도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담합 처벌의 실효성을 담보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일단 담합 행위 자체가 경제적인 처벌 대상인 점을 감안해 처벌을 과징금으로 일원화하고 입찰참가제한 등 법인의 생존을 가로막는 과도한 제재는 없애거나 위법성 정도 등을 고려해 탄력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대신 과징금 액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필요는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 상 담합을 하다 적발되면 해당 공사 계약금액의 10% 이하를 과징금으로 매기는데, 선진국은 연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입찰참가제한 등과 같은 징벌적 행정제재도 발주기관의 재량이 맡기고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상응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영국, 네덜란드처럼 대규모 공공공사 발주가 많았던 시기 담합 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제재(그랜드바겐)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건건이 담합을 적발하느라 드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신속한 조사·처분으로 건설사의 부담도 줄일 수 있어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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