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지난 15일 6ㆍ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 당국 간 대화나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이번에 북한은 '정부 성명'이라는 발표 형식을 따랐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부 성명을 발표한 것은 두 번째로 지난해 7월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방침을 밝혔을 때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도 기회가 있을 때마나 북한에게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한 만큼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해빙될지 주목된다. 남북 당국이 진정 대화 의지가 있다면 그토록 원하던 대화를 이제는 할 때다. 모쪼록 기념일을 계기로 마련된 이 분위기가 남북 당국의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로 이어지길 바란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올해는 많은 나라에서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5월 전승 7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렀고 중국에서도 오는 9월 비슷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눈을 일본으로 돌리면 또 다른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양국 정부는 그 전후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사를 비롯한 역사문제로 그간 한일관계도 꽉 막힌 남북관계만큼이나 틀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양국이 이번 계기를 어떻게 잘 살릴지 주목된다.
마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8월 발표할 담화에 '반성'을 언급한다고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윤 장관의 방일이 성사되면 박근혜정부 들어 우리 외교수장의 첫 방일이 된다. 모쪼록 수교 50주년이라는 뜻깊은 기념일을 계기로 보다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기념일을 챙겨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섣부른 기대를 해본다. 남과 북, 한국과 일본 관계에서 기념일이 평온한 일상이 되는 그날을.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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