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위적 결정…외국인에게 90배 폭리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북한에도 화폐가 있을까. 화폐가 있다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있다.
그동안 북한은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수차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건 2009년 5차 화폐개혁이었는데, 총 14종의 새 화폐를 제작했다. 지폐는 5원부터 5000원까지 총 9종, 주화는 1전부터 1원까지 총 5종으로 만들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환율을 우리나라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해지도록 두지 않고, 나라가 인위적으로 결정한다. 북한은 공식환율이 실제 구매력보다 훨씬 높은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대미환율은 1달러당 98.4원이다. 현재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수준이니 환율로만 보면 북한 화폐가 우리나라 원화보다 더 가치가 높은 셈이다.
실제 거래되는 북한 환율은 다르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현재 달러당 환율이 8200∼9000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환율보다 9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북한 정부는 자신들 화폐의 실제 가치보다 90배 정도 높게 가치를 매겨 공식 환율을 발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현금결제카드에 적용되는 환율이다. 북한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환율을 적용해 나래카드에 외화를 입금하는 것. 외국인은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면 1달러를 주고 900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나래카드에 1달러를 넣으면 100원 정도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정부는 나래카드 외국인에게 나래카드 이용을 강요하며 90배 가량 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국 대사관 직원이나 국제기구 관계자, 기업 주재원 등 북한에 자주 드나드는 이들은 시장의 암달러상에게 외화를 환전하고 있다. 주로 외화를 환전하는 시장은 '통일거리시장'과 '릉라시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북한의 실제 환율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정해지는 걸까. 중국의 쌀값에 좌우되는 북한 환율, '장마당'이라 불리는 환율 거래 장소 등 관련 내용들은 다음주 '환율이야기'에서 알아보자.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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