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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작가팀 '시징맨'의 '가상 도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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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징 올림픽, 2008', 혼합매체,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5분

'시징 올림픽, 2008', 혼합매체,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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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중·일 세 명의 작가팀 '시징맨(西京人)'이 동시대 삶의 허위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황당한 희극을 만들었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펼쳐진 '시징의 세계' 전시다. 시징맨은 2006년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60년대생 작가 김홍석(한국), 첸 샤오시옹(중국), 츠요시 오자와(일본)가 결성한 그룹이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아시아의 후기 개념미술 작가로서 국제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각자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대면하는 삶과 제도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방식을 고민했던 이들은 의기투합해 ‘시징(西京)’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고 자신들을 시징맨으로 칭했다.
동경, 남경, 북경 등 방위를 지칭하는 수도 이름들은 현재까지도 실재하는 반면, 시징은 사라지고 없다. 시징은 생명의 도시이자 죽음의 도시로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만 온전히 남아 있다. 시징맨은 이러한 시징이라는 단어의 상황에 주목하고 이 도시를 현재로 소환한다. 그리고 그 도시를 다시 건설해 전시로 풀어냈다.

시징 출입국 사무소, 2012, 혼합매체,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7초

시징 출입국 사무소, 2012, 혼합매체,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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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징맨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공간들은 다양한 테마로 이뤄진다. '시징을 아시나요'라는 전시장엔 가상의 도시 시징(西京)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시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능청스럽게 연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낯선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작가들은 서로 다른 장소인 영종도, 하이난 섬, 오키나와에서 시징에 대한 허구이지만 한편으로 사실이기도한 영상작업을 제작했다.

관람객은 이 공간을 지나쳐 '시징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시징으로 떠나고자 하지만 방법을 모른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여권을 스스로 만들고, 국경과 출입국 사무소를 찾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그들이 출입국 사무소에 다 달았을 때,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것은 춤과 노래다.
'시징 올림픽 2008'과 '시징 동계 올림픽 2014'에서는 시징만의 올림픽을 선보인다. 올림픽의 고유가치가 더 이상 유지될 없는 동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말 걸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소년들의 치기어린 놀이로 보여질 수도 있는 이 작업을 통해서 그들은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게임의 장이 되어버린 올림픽을 조롱하고 동시대적 삶에서 회복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서쪽으로 떠나는 여행'은 중국 고전 소설인 서유기의 영어 명칭이다. 시징맨은 서유기의 영어 제목을 차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서쪽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모티브와 주요 인물들만을 설정해 놓고, 전시가 이루어지는 장소 - 서울(2007), 리버풀(2008-9), 나고야(2010) - 에 따라 그 곳에서 선택된 공연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서쪽으로 떠나는 여행’을 제작하고 공연토록 했다.

'시징 대통령의 일상생활'에선 시징맨은 각자가 시징의 대통령이 되어, 법을 만들고, 도시를 구성하며, 경제를 일으키고, 구성원을 교육시키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식을 고안한다. 마지막 방은 시징맨 3명의 개별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홍석은 로버트 인디에나의 '러브'를 전유해 문화의 기묘한 변이를 비판적으로 드러내 미술제도와 경제제도의 모순을 회화로 드러낸다. 첸 샤오시옹은 동시대 미디어 환경을 이용하여 매우 직접적으로 사회 비판적 언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츠요시 오자와는 일본인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서양화를 간장으로 다시 그리면서 일본과 서구의 관계에 대한 우화를 보여준다. 오는 8월 2일까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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