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만화대상 수상자 박건웅 작가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건웅(44) 작가가 '국민보도연맹사건'을 소재로 해 특유의 목판화 스타일로 담은 만화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출간했다.
최용탁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신작은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체 죽임을 당했던, 특별할 것 없이 소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학살의 명분은 거창했으나 희생자들의 삶은 전쟁, 사상과 무관했고 작품 속 물푸레나무 또한 이들 죽음의 배후를 알지 못한 체 그저 참혹했던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다.
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망각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직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 한다"며 "이 작품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를 돌아보고 기억하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반전평화미술의 어머니 케테 콜비츠의 농민전쟁 연작에 죽은 아들을 찾기 위해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시신 더미를 헤치는 '전장'이라는 작품이 있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에서 '노파'라는 제목이 붙은 장이 바로 그 처절한 이야기다"라며 "나무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만화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구체성과 사실성, 특별히 36~37쪽의 끌려가는 그림은 민간인 학살의 죽음이 갖는 집단성과 개별성을 함께 보여주는 놀라운 그림이다"라고 평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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