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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국민보도연맹사건'을 담은 목판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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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대상 수상자 박건웅 작가의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책표지와 내지 일부)/박건웅 만화/최용탁 원작/도서출판 북멘토/1만4000원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책표지와 내지 일부)/박건웅 만화/최용탁 원작/도서출판 북멘토/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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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건웅(44) 작가가 '국민보도연맹사건'을 소재로 해 특유의 목판화 스타일로 담은 만화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출간했다.

최용탁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신작은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체 죽임을 당했던, 특별할 것 없이 소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학살의 명분은 거창했으나 희생자들의 삶은 전쟁, 사상과 무관했고 작품 속 물푸레나무 또한 이들 죽음의 배후를 알지 못한 체 그저 참혹했던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다.
이 작품은 흑과 백으로만 구현된 목판화의 거칠고 투박한 선이 특징이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 총소리와 비명 소리가 뒤섞인 학살의 순간을 은유한 장면 등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이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전달돼 몰입도를 높인다.

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망각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직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 한다"며 "이 작품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를 돌아보고 기억하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반전평화미술의 어머니 케테 콜비츠의 농민전쟁 연작에 죽은 아들을 찾기 위해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시신 더미를 헤치는 '전장'이라는 작품이 있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에서 '노파'라는 제목이 붙은 장이 바로 그 처절한 이야기다"라며 "나무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만화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구체성과 사실성, 특별히 36~37쪽의 끌려가는 그림은 민간인 학살의 죽음이 갖는 집단성과 개별성을 함께 보여주는 놀라운 그림이다"라고 평했다.
박 작가는 그동안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꽃', 제주 4·3항쟁을 그린 '홍이 이야기',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견뎌 낸 22일을 기록한 '짐승의 시간' 등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만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2003년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상, 2010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2014년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수상자의 영예로 오는 8월 12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특별전을 연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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