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디자이너 "삶의 모든 순간에서 디자인 영감 얻는다"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보르도 TV·울트라 슬림·커브드' 등 삼성전자 TV제품의 디자인 혁신을 지휘해 온 강윤제 전무는 26일 "삶의 모든 순간이 곧 인풋(In-put)"이라며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고 삶 속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얻고 즐거움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강 전무는 이날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삼성캠퍼스톡 業&UP' 충북 편에서 1000여명의 지역 후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충북 청주대 출신의 강 전무는 사내에서 TV 디자인 역사를 새롭게 쓴 '스타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4년 삼성전자 입사 후 20여 년간 TV 디자인을 담당해 온 베테랑으로, 2006년 선보인 와인잔을 닮은 '보르도 TV'로 TV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르도TV는 출시 16개월 만에 500만대가 팔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고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삼성전자는 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강 전무는 2007년 당시 만 38세란 이른 나이에 삼성 임원이 됐고, 지난해 디스플레이 화면을 곡선으로 구현한 '커브드 UHD TV'를 선보였다. 강 전무의 혁신적인 TV 디자인은 TV를 전자제품이 아닌 심미성을 가진 가구로 자리 잡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전무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비결에 대해 "직업을 선택한 이후, 인생에서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취미 생활, 친구 등 사무실 밖에서 겪는 모든 경험들은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단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가급적 많은 것들을 접하고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 제품을 디자인하는 가장 어렵고도 쉬운 비법은 남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나만의 실패를 반복했고 결국 남보다 더 많은 성공 경험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며 "조금 고되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지, 하고 싶은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윤형석 삼성전자 DS(부품)부문 LSI CES(Customer Service Engineering)팀 엔지니어는 "이공계생은 기술 개발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프런트 카메라로 영상통화를 하거나 셀카를 찍을 때 초점이 인물에게 잘 맞춰지도록 유도하는 이미지 센서 최적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윤 책임은 엔지니어임에도 마케팅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카메라 이미지 센서개선을 위해 제품 개발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구하는 한편 시장의 니즈를 취합해 제작 부서에 전달하기도 하는 융합적 업무다. 그는 "마케팅 소속 엔지니어의 장점은 차세대 제품을 예측하고 시장 반응을 예상하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강연자로는 법인상품의 계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민재 삼성생명 사원이 나섰다. 그는 고객사 임직원들의 퇴직연금을 파악해 회계 분야 공시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유 사원은 대학 시절 낮은 학점에 자격증도 없는 이른바 '평균 이하 스펙'이었지만 금융업계 입사로 목표를 정한 뒤 금융권 홍보대사, 관련 공기업 SNS 관리자, 삼성생명 인턴 등 여러 대외 활동을 펼친 끝에 삼성생명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내게 맞는 직무가 보험 영업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실전 경험을 통해 진로를 설정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진로 결정을 고민한다면, 무작정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부터 도전해봐야 한다"며 "현실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진로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캠퍼스톡은 다양한 분야와 직급의 삼성 임직원이 직접 전국 캠퍼스를 찾아 대학생들의 진로 고민 해결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다음은 상반기 마지막 행사로 다음 달 3일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