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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투자는 아내 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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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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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평범한 가정주부인줄 알았건만 알고보니 반년 만에 20% 가까이 고수익을 거두는 투자의 대가라면 어떨까.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을 가리키는 말이다.
와타나베는 우리나라의 김씨·이씨처럼 일본에선 흔한 성(姓)이다. 국제금융가에서 일본 외환투자자들을 부르는 용어다. 이들이 처음 등장한 건 2000년대 무렵부터다. 당시 일본은 1999년대 초반부터 10년가량 이어진 장기불황에 신음하고 있었다. 월급쟁이 남편의 수입으로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일본 가정주부들은 낮은 저축이자에 실망하고 있었다.

살 길을 찾아나선 가정주부들은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로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섰다. 소위 와타나베 부인의 시작이다. 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국제 금융거래를 일으키며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하자 글로벌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개인외환거래, 즉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를 사용했다. FX 마진거래는 일정액의 증거금을 국내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겨두고 특정 해외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방식의 외환선물거래를 뜻한다.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엔화를 매도하는 식이다. 와타나베 부인의 한 해 외환거래 규모는 도쿄 외환시장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다.
최근 와타나베 부인이 주목받은 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엔화 매도에 나서면서다. 엔화 가치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와타나베 부인, 즉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엔화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엔화가 더 하락하리라는 전망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도쿄 금융거래소가 운영하는 클릭365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엔화를 매도한 금액은 122억달러를 기록해 전달(8월)의 57억달러와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돌아왔다며 경계어린 시선을 보냈다. 와타나베 부인의 엔화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엔화가 적정 수준 아래로까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결과적으로 보면 와타나베 부인의 판단은 옳았다. 달러·엔 환율은 이후 계속해서 상승(엔화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한때 121.4엔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8월만 해도 달러·엔 환율이 102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년 만에 17% 넘게 상승한 셈이다. 현재 환율은 121엔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오릴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달러·엔 환율은 앞으로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집에 앉아 웃고 있는 와타나베 부인이 보이는 듯하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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