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1~3권)=부당해고에 대항해 노동조합을 만들어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다. 최규석이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외국계 대형마트 '푸르미'가 배경이며 부원들의 부당해고지시를 거부하는 과장 이수인과 노동운동가 구고신이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 조직생활에 충실하고 회사를 위해 희생해온 보통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들이 미세하게 선동되고 움직이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받았다. 송곳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현장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디테일이 돋보인다.<최규석 지음/창비/각 1만1000원>
◆레드 채플린=연극 '레드 채플린'은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이 지난 2013년 7월에 초연한 작품이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 때, 국가의 검열에 시달리던 채플린은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시공간을 초월해 꿈속을 여행한다. 조선에 도착한 채플린은 일제강점기의 만담가 신불출을 만나 동병상련을 느낀다. 신불출은 항일 성향을 가진 인물로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광복 후에는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월북했고, 북한의 문화정책을 비판하다 숙청당했다. 채플린은 한탄한다. "마음에 안 들면 순식간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형편없는 나라! 모순과 불합리와 불공평을 이야기하면 순식간에 국가에 위협이 되어버리고 마는 우스꽝스러운 나라!" 이 작품이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 실렸다. <오세혁 지음/1도씨/1만3500원>
◆물을 거슬러 노를 저어라="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사악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수는 있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말이다. 이외에도 책 속에는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 등 규칙과 관습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창조한 행동가 59명의 촌철살인이 담겼다. 이들 모두는 우리 삶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사회 구조와 사상을 거부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음악, 미술, 스포츠, 영화 등 각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동시대 혁명가들의 한마디가 모여 있다.<허크 편집부 지음/틔움/1만5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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