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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최삼규 건설협회장 "'골목건설사' 밥그릇, 왜 빼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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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규모 복합공사' 적용범위 확대, 중소형 생존권 위협"
건설업계 입찰담함, 국민께 석고대죄 심정
"치열한 해외수주戰 나선 우리기업 날개 꺾지 않아야"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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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건설부동산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건장한 사내의 속이 골병들어 있는 것처럼 큼지막한 바위에 짓눌려 있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77ㆍ사진)과 어렵게 마주 앉았다. 그는 2011년부터 5년째 건설협회장(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을 맡아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도 언론에는 할 말만 아껴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이 많아서인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때론 목청을 돋웠다.

최 회장은 요즘 두 가지 문제로 근심이 많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전문건설업자의 시공자격을 인정하는 '소규모 복합공사'의 적용범위를 종전 3억원에서 10억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종합건설업자가 주축인 건설협회는 이를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종합건설업계는 복합공사를, 전문건설업계는 전문공사를 각각 시공하는데 소규모 복합공사로 분류하는 3억원 미만 구간에서는 전문건설업계의 직접 수주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놨다. 그러나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공사비 3억원에서 10억원 미만 구간의 공사까지 빼앗길 수도 있게 된다. 이 구간은 연간 공사비 규모로 7조원에 가까운 시장이다.
최 회장은 "건설업계가 물량부족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중소업계 업역분쟁을 부채질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

-소규모 복합공사 적용범위 확대를 두고 종합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외부에선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법에서 정한 원칙의 예외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확대하는 게 옳은 건지 묻고 싶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과 전문의 역할 구분을 전제로 종합공사(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자가,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자가 시공하도록 법체계가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는 종합과 전문으로 구분한 현재의 업종체계에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이런 걸 공청회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할 수 있나.

건설산업 내 종합과 전문 간 건설물량 배분 문제를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에 포함시킨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이건 중소종합업계의 물량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대형 전문건설업계에 넘겨주는 반(反)중소기업 정책이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10억원 미만 공사는 전체 종합건설업체 물량의 78.7%에 해당할 만큼 중소종합건설업계의 가장 중요한 수주 영역이다. 약간의 물량감소로도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중소종합건설업계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협회가 이익단체이긴 해도 '특단의 대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 정책을 비판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종합건설업계에서는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협회는 국토부가 시행규칙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거래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 계기 마련 등의 논리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회장은 "국토부가 부실시공을 초래하고 공사안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집단적 행동 등을 포함한 모든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건설사 담합문제에 대해서는 '석고대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읍소했다.

-건설업계가 입찰담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과 입찰참가 제한이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냉랭하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건설업계가 과거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관행적으로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실적공사비제도와 최저가낙찰제 등 가격경쟁 위주의 입ㆍ낙찰제도의 영향과 1사1공구제 등 담합을 유발하는 제도적 환경에 기인한 점도 고려해야한다.

정부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지난 1월에 발표한 방안(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및 건설시장 불확실성 완화 방안)을 통해 현행 입찰제도와 방식이 담합을 유발한다는 점과 담합제재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런 면에서도 페널티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은 주로 과징금으로 처벌하는 게 일반적인데 유독 건설업에만 과징금 부과, 입찰참가제한, 형사처벌과 발주기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도 지게 해놨다. 심각한 과잉중복 제재다.

-이달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이나 반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건설업계에서 더 이상의 담합은 없다. 향후 재발하면 어떤 처분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최근 문제되는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대부분 6~7년 전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담합행위 시점과 적발, 제재 시점 간의 시차가 너무 크고 한 사건에 대한 조사ㆍ처분이 끝나면 얼마 있지 않아서 또 한 사건에 대한 처분이 나오는 게 반복되고 있다. 지속적인 담합 조사와 처분으로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해외수주를 추진하는 건설사는 반복적 담합처벌로 이미지가 실추돼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과징금과 같은 경제적 제재 위주로 처벌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있다. 과거의 관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정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국내건설공사 수주가 모처럼 호조세다.
▲주택 경기활성화를 위한 대책과 규제완화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공공 발주물량의 급격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부문에서도 각종 징벌적 세금과 불합리한 시스템 등으로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간접자본(SOC) 노후화에 따른 시설확충, 교통, 환경, 도시재생 등 사회 안전망, 복지 확충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올해 말 종료되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폐지안의 시행시기 재연장이 필요하다. 민간 자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민간투자제안 허용 관련 법률의 국회 통과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불씨가 꺼지기 전에 빨리 이뤄져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등 징벌적 세금과 개발부담금 중복 부과, 원활한 도시정비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공공관리자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건설산업이 정보기술(IT)ㆍ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기술, 문화산업과의 융ㆍ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업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건설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업재편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무더기 담합사태의 해법으로 '그랜드바겐(일괄 처리)'을 주장해왔다. 입찰제한을 한꺼번에 풀어 치열한 해외수주 현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날개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도덕적 해이나 법 집행 등의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남기업 사건 이후 건설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해 단 한 글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건설사들이 마치 불법행위를 밥 먹듯 하는 집단인 것처럼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 회장도 여러 번 이 얘기를 꺼내려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은= 5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서 외길을 걸었다. 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을 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1971년 건설사 '동지'를 인수해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이화공영'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45년째 경영해오고 있다.

이화공영은 공공토목ㆍ학교ㆍ환경 등 공공시설, 공장ㆍ빌딩 등 업무시설, 연구시설 등을 비롯해 최첨단 제약시설 시공실적이 있는 회사다. 2011년 3월 협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선임됐고 지난해 재선임돼 대한건설협회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1939년 ▲1959년 용산고 ▲1961년 중앙대 약대 중퇴 ▲1968~1971년 대륭기업 전무 ▲1971년~현재 이화공영 대표이사 ▲2011년~현재 대한건설협회장 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 ▲한국건설산연구원 이사장(현)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현)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 부장 smh@asiae.co.kr
정리=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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