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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利에 몰린 은행, '벤처 지분투자'로 살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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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지원 넘어 경영 컨설팅…IPO 대박 노려

低利에 몰린 은행, '벤처 지분투자'로 살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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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해 말 기업은행은 한 벤처업체에 10억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기술력을 믿은 것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이 업체는 올 들어 매출이 늘어나며 기업가치도 껑충 뛰었다. 시중 벤처캐피탈(VC)들은 기은에게 30억원을 제시하며 지분 매각을 흥정하기도 했다. 업체는 오는 7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고 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현재 30억원을 웃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를 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컨설팅을 병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 은행들이 '인큐베이팅 투자'로 벤처 육성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유망한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각종 경영 컨설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성공적인 IPO를 유도하는 식이다. 벤처 지분투자 등 기존 증권사들이 도맡아 온 자본시장 영역으로 수익원을 넓히는 곳들이 늘고 있다.
특히 상장전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회수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은 벤처에 지분투자를 해도 자금회수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는데, 정부가 K-OTCㆍ코넥스 등 회수시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지분투자는 기업은행, 산업은행을 위주로 적극적이다. 애초 특수은행 성격 상 기업투자를 활발히 하던 것이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 들어 벤처투자를 전담하는 벤처금융팀을 신설했다. 팀장 등 5명 직원들이 전국을 돌며 투자처를 발굴했고, 지금까지 모두 5개사에 25억원 투자를 집행했다. 언제든 제2, 제3의 IPO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정책금융 기능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은 매년 10개 안팎의 기업을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한다. 시중의 벤처캐피탈(VC)보다도 IPO 회수 건수가 많다. 보통 투자가 이뤄지고 3~5년 내 IPO를 노릴 수 있는 벤처가 지분투자 대상이다. 최근 사례로는 2012년 휴메딕스에 20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말 IPO를 통해 200% 이상 수익을 거뒀다.
기은과 산은을 제외한 일반은행들이 지분투자 방식으로 주로 사용하는 건 정부 주도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관계형금융이다. 관계형금융은 설립 1년 이상된 중소업체에게 지분투자나 여신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용도가 낮아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지난달말 기준 신한은행은 100건, 542억원, 우리은행은 176건, 396억원 규모 관계형금융을 집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분투자와 여신지원, 비금융서비스 등으로 나눠 관계형금융을 집행 중"이라고 전했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도 많이 사용된다. 2000년 벤처 붐 이후 10여년 간 은행권의 지분투자 경험이 없다보니 우선은 간접투자를 통해 익숙해지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국내 최대 벤처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1500억원 규모의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우리은행은 300억원을 출자했는데, 펀드는 기술평가기관(TCB) 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중소ㆍ중견기업에게 지분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이밖에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윈윈 펀드'를 만들었고, KB금융은 지난 2월'KB 지식재산(IP) 투자조합'을 조성했다.

일각에선 하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지분투자가 1금융권인 은행에게 바람직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지분투자에 나서려고 해도 은행의 지분보유 한도가 15%로 제한된 데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은 자본금 규모가 작아 지분투자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벤처는 시장가치 평가가 어렵고 리스크가 높아 은행의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적다"면서도 "저금리로 수익이 계속 줄고 있으니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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