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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학익진, 2차대전 공중전에도 응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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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은 화력 차이의 제곱과 비례한다는 ‘란체스터의 법칙’으로 연합군 전과 올려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지만 학익진의 원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중전에 응용됐고 현대 경영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산백과사전은 ‘기본적으로 일렬 횡대의 일자진(一字陣) 형태를 취하고 있다가 적이 공격해오면 중앙은 뒤로 물러나고 좌우는 앞으로 달려나가 반원 형태로 적을 포위해 공격하는 방식’이라고 학익진을 설명한다.
학익진의 요체는 그러나 함대를 넓게 늘어뜨려 적을 포위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병선 측면에 배치한 대포의 화력을 최대한 가동하는 데 있었다. 이를 이해하려면 조선과 일본의 수군 전력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이순신역사연구회는 공동저술한 책 ‘이순신과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휘하)조선 수군의 60%는 격군(노 젓는 병사)이었고, 나머지 병사들 가운데 정식 군사는 500명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왜군은 5만~10만명 규모였으며 백병전에 능한 무사들이었다. 그러나 조선 수군은 지자포, 현자포 등 대포 화력에서 일본 수군을 압도했다.

◆학익진은 집중타격 위한 것= 일본은 임진왜란 때까지도 대포를 만들지 못해 서양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게다가 일본 전선은 기동성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돼 대포를 배에 장착할 정도로 선체가 튼튼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수군은 대포를 배의 들보에 매달아 놓고 발사해야 했고 그 결과 충분하지 않은 대포의 화력도 다 활용하지 못했다고 책 ‘한국 해양사’는 전한다. 더구나 왜군은 밀집대형으로 해전을 치렀다. 밀집대형에서는 맨 앞 열을 제외한 뒷 열에선 맘놓고 대포를 쏘지 못한다.

반면 조선 병선은 튼튼한 판옥선이었고 뱃전에 대포가 여러 문 장착됐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은 아군 병선의 뱃머리가 적진을 향하도록 한 게 아니라 아군 병선의 측면이 적진을 향하도록 짠 진이다. 따라서 훨씬 많은 대포를 적에게 집중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그래서 이순신의 해전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져, 짧을 땐 한 시간만에 끝났다. 특히 아군의 사상자가 어떤 때는 한 명에 그칠 정도로 적었다.
일본은 19세기 말 근대화와 무력 증강에 나서면서 이순신을 연구하고 학익진 전법을 응용해 1894년 청일해전과 1905년 러일해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 란체스터의 법칙도 같은 원리= 집중타격하면 공격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학익진의 원리는 20세기에 유럽에서 ‘란체스터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정교해진다.

이 원리는 영국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프레드릭 란체스터가 1차대전 공중전 결과를 분석해 이론으로 만들어냈으며 전력은 화력 차이의 제곱과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아군과 적군의 전투기가 3대 1로 공중전을 벌이면 전력 차이는 9대 1이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적기가 아군 전투기 3대에 각각 기관총을 한 번씩 발사하는 동안 아군 전투기는 세 번씩 모두 아홉 차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군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적기가 아군기보다 3배 이상이면 무조건 전투를 피하는 전술을 써서 전과를 높였다.

이순신 장군은 병선 수에서 13대 133으로 절대 열세였던 명량해전에서 란체스터 법칙을 역으로 활용해 승리를 거뒀다. 장군은 좁은 울돌목으로 왜군을 유인했다. 왜군은 많아야 세 척씩 해협을 통과했고 조선 수군은 13대 3으로 판세를 뒤집어 일본 함대를 격파했다.

란체스터 법칙은 경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규모가 우세한 기업은 후발 기업이 도전할 때 전력을 이에 집중해 대응함으로써 우위를 지킬 수 있다. 반대로 후발 업체는 시장 1위 기업에 맞서 전면전을 펴기보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펴야 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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