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께 "박 대통령이 방금 전 이 총리의 사표 수리 절차를 재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총리는 오후 6시 10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금품수수 의혹으로 물러나는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 건강에 대한 이례적 '중계방송'은, 귀국한 박 대통령의 입에 온 정치권의 시선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비쳐졌다.
그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표를 신속하게 수리한 것은 이 문제를 놓고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순방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은 친박 실세들이 다수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 및 사과 표명 등 대국민 메시지를 가다듬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순방 결과에 대한 국민 반응과 29일 재보선 결과에 따라 메시지의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귀국 후 최소 3~4일의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악화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전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자칫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경우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맞서는 형국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귀국과 동시에 총리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여론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고민의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박 대통령은 귀국 후 가장 적당한 입장표명 기회인 28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건강 회복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성완종 정국' 돌파를 위한 해법 구상과 대국민 메시지 작성에 몰두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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