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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등 1447곳 추가…관피아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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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한전ㆍ한수원 등 퇴직공무원 취업제한기관에 추가
31일 이후 퇴직자에 적용…우수 공무원 사장되는 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1 교육부 고위공무원인 A씨는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재취업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전임자들의 경우 사립대학교에 이사직 등을 어렵지 않게 얻어 인생2막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립대학과 학교법인 656개가 신규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돼 사실상 갈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2.박기풍 전 국토부 1차관은 지난 20일 한숨 돌렸다. 해외건설협회장으로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퇴직 전 업무가 이 협회와 연관이 있어 취업 제한에 해당됐지만 '국가안보상의 이유와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 공공 이익'을 사유로 들어 승인을 요청했고 공직자윤리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며칠만 늦었다면 승인이 거부됐을 수도 있다. 인사혁신처가 다음 달부터 기존보다 더욱 엄격한 심사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소한 '직행 관피아'는 사라진다 = 퇴직공무원 취업제한기관이 1만 3586개에서 1447개 늘어나 1만 5033개가 됐다. 전에는 대부분 민간기관이었는데, 이번에 추가된 1447곳은 공기업ㆍ안전감독 등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곳들이다. 공무원 때 자신이 관장하던 기관에 재취업해 옛 동료들과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를 척결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공기업들은 특정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인기 재취업 직장이다. '인생 2모작' 무대다.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안전감독 업무를 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에서 4급 이상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 10명 중 6명은 대학으로 간다.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까지 합하면 10명 중 9명이다. 교육부의 각종 평가사업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보건복지부 출신 공무원이 종합병원이나 의료기관평가기관에 취업해도 유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걱정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는 31일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시행과 함께 신규로 추가되는 취업제한기관 1447곳을 지정해 관보에 고시했다. 일반공무원 4급 이상으로 퇴직한 사람(경찰ㆍ소방ㆍ세무ㆍ건축 등 인허가 관련 업무는 7급 이상)이 3년 내 취업제한기관에 들어가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만 취업이 허용된다. 관피아는 직무관련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재취업은 사실상 전면 봉쇄된 셈이다.

임만규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제기된 민관유착 관행을 근절해 정부의 감독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관보에 고시된 취업제한기관에 대한 취업심사를 엄정하게 운영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시는 31일 이후 퇴직자부터 적용된다. 그전에 취업한 공무원에게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사기 꺾인 공무원, 주가 오른 올드보이 = 제도에 문제점도 많다. 우선 '퇴직 후 3년'이란 조건이 그렇다. 이마저도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 것이지만 '관피아 척결'이란 제도의 취지를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퇴직한지 3년이 지났다고 해서 유착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이미 취업에 성공해 활동 중인 퇴직공무원들의 몸값만 올려주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공직에서 취업제한기관으로 '직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한 3년 동안 '신입 관피아'가 나올 여지는 사라졌다. 그러나 퇴직한 지 3년이 넘어 이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선배 관피아'들의 취업문은 오히려 넓어진 것이다. 공무원들의 재취업 기회를 정피아(정치+마피아)에게 넘겨주는 것이란 불만도 공직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공직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며 우수한 공무원들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부작용을 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취업길이 막히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미래까지 불투명한 공직사회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학총장이나 학장으로 재취업하는 것은 제한되지만 일반 교수가 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공직을 떠나 교수자리에 도전하려는 공무원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공기업등 1447곳 추가…관피아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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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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