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7억원대 사기 친 50대 무속인부부

대전둔산경찰서, 2008~2014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며 대전, 대구, 울산, 인천 등지에 점집 차려놓고 20여명으로부터 7억6000만원 받은 혐의…“내 몸에 들어온 신이 돈 빌렸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전국을 돌며 사기를 친 50대 무속인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며 수억 원대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무속인 L모(55·여)씨를 구속하고 남편 K모(58)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L씨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K씨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 대구, 울산, 인천 등 전국 9곳에 점집을 차려놓고 20여명으로부터 7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화장품판매업자, 부동산중개업자, 보험판매직원도 있었다. L씨 부부는 신당을 찾은 이들과 2~3개월 친분을 쌓으며 “외상 굿이 들어와 굿을 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 “돈을 잠깐 빌려주면 나중에 억대의 땅을 사겠다”며 돈을 받은 뒤 옷가지만 챙겨 달아났다.

이들 부부는 경찰수사에 대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살며 피해자들을 속여 받은 대포 폰과 대포통장을 이용, 범행했고 둘이 낳은 아이도 자신들 앞으로 호적을 올리지 않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들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병원진료를 받는 등 신분을 숨기고 살았다. L씨는 2001년 사기로 구속된 적 있다.

둔산경찰서는 “늘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녔다”는 피해자들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에 나서 최근 강원도의 한 신당에서 이들 부부를 검거했다.

L씨는 경찰조사에서 “내 몸에 들어온 신이 돈을 빌렸다. 돈은 생활비, 굿 비용 등으로 썼다”며 “나도 신이 원망스럽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