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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일베', 세월호 성관계 거짓말 변론도 황당

최종수정 2015.03.21 10:09 기사입력 2015.03.21 10:09

생사 모르는데 이미 숨졌다며 명예훼손죄 성립 안돼?…전과 없었지만, 법원 "엄벌 필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2014년 4월17일 오전 10시9분 서울 금천구의 한 고시원 방. 1986년생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 살이 된 정모씨는 ‘일베 사이트’ 잡담 게시판에 익명의 글을 남겼다.

당시는 4월16일 세월호 침몰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던 다음날이다. 이날 전국의 신문과 방송은 세월호 피해자들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민들의 표정을 메인뉴스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씨는 일반인들의 정서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정씨는 배설에 가까운 글을 게재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글의 조회수를 올리려는 목적이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사진

세월호에 갇힌 이들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집단 성관계와 자위행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성관계, 학생사이의 성관계를 묘사했다. 물론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위 글’이다.

“죽음 직전 본능으로 펼쳐지는 광란의 섹스현장.” “시체 갖고 와서 ○○하고 싶다.”
정씨는 세월호 피해자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그 시기, 입에 담기도 어려운 내용의 글을 연이어 게재했다. 그렇게 그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음란물유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법원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엄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가 과거 범죄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시원 자신의 방에서 황당한 내용의 글을 익명으로 올린 그는 ‘철창’ 신세를 지게 되자 변호인을 통해 탈출구를 찾았다.

1심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항소했다. 항소 이유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4월17일 오전 10시9분, 최초 글을 올렸을 때 세월호에 갇힌 이들은 이미 숨을 거뒀다는 논리다.

정씨 측은 “전날 이미 침몰했으므로 구조되지 못한 채 선박에 탑승하고 있었던 피해자들은 사망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면서 “친고죄에 해당하는 사자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지언정 생존한 사람에 대해 적용되는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법적으로 적극적인 자기보호 논리를 만들어 낸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몰한 세월호에 탑승하고 있었던 피해자들의 경우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씨는 우리나이로 서른 살이다. 철없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려운 나이다. 그가 왜 입에도 담지 못할 세월호 거짓말을 쏟아냈는지, 속사정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정씨는 아무런 전과가 없는 과거를 뒤로한 채 철창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깊이 반성하는 등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그의 행동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줬다는 판단이다.

서른 살 일베 회원의 익명 글은 그렇게 씁쓸한 결말로 이어졌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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