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도 인수합병(M&A)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2014년도 국내기업들의 기업 결합금액은 40조원에 육박해 전년도의 18조원 규모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의 경우 초일류 삼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M&A다. 비핵심 부문인 화학과 방위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대신 신규 사업 분야의 경우 M&A를 통한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도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대규모 M&A에 나서고 있다. 면세점 세계 6위인 월드듀티프리(WDF) 인수에 나서는 한편 1조원을 들여 KT렌탈 인수에도 성공했다. 2009년 M&A를 본격화한 이후 20여개 기업 인수에 7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물론 겉으론 올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34조원에 달한다고 돼 있으나 신규투자보다는 개체수요 중심인 느낌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해 갤럭시S6도 베트남 하노이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평택공장 신규라인 말고는 국내 공장 신설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기업들에 한국경제가 걸고 있는 기대는 헛된 것이 아닐까? 결국 한국경제가 재벌로 상징되는 대기업에 성장을 의존하는 모델은 한계가 왔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최근 작은 희망이 보이고 있다. 바로 벤처들이다. 벤처 열풍이 식으면서 2002년 9000개 이하로 떨어졌던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 가볍게 3만여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엔젤투자금에 대한 100% 소득공제가 적용되면서 2011년 369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엔젤투자자도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엔 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투자조합은 2013년말 85개, 지난해 말 108개로에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안으론 130개에 달할 전망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크라우딩 법안까지 통과될 경우 벤처붐은 다시 한 번 폭발할지도 모른다. 이미 코스닥 지수는 630을 돌파했고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로 2000년 수준을 회복했다. 중소형주 전용시장인 코넥스도 열기를 띠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15년 만의 벤처 붐이 조용하게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활로는 이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이 가능한 새로운 벤처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성범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