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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알바시네]46.영화 ‘예언자’와 IS, 나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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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언자'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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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에 비견되거나 능가하는 영화라고 하는,
프랑스 영화 '예언자'는,
일종의 성장드라마이다. 감옥이라는 거친 환경 속에서
나름으로 적응해가는 말리크라는 한 아랍계 소년.
그에게 다가와 살인을 하라고 압박하는 코르시카계 갱 보스 세자르.
그는 두려움에 떨면서 아랍계의 거물인 레예브를 죽인다.
이후 이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레예브의 혼령으로 변해
말리크의 방에서 함께 지낸다. 살인자와 피살자가 친구가 되는
이 설정이 영화를 끌고가는 중요한 힘이다.
갱 보스 세자르는 말리크를 수족처럼 부리며
감옥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지만, 갈 수록 약화되는 자신의 입지에
계속 불안해한다. 그는 말리크를 감옥 밖으로 외출을 내보내며
자신이 필요한 일들을 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19세 소년은
감옥 속에서의 세력을 구성하는 문법을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에도 눈 뜨게 된다. 그리고 세자르의 지시를 수행하려고
외출해서 저지르는 대담한 범죄들을 통해, 자기 세력과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말리크의 성장은 범죄자로서의 성장이 중심이지만
감독은 담담하고 쿨하게 가치판단 없이 그것을 담아낸다.

영화 '예언자'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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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자르는 말리크에게 자신의 보스를 죽이라는
치명적인 명령을 내리고, 말리크는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외출한다. 이 사건은 결국 세자르의 마지막 권위를 떨쳐내고
말리크가 독립하는 계기가 된다. 범죄 문법에서 그의 하극상은
부하의 하극상을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감옥 입소에서 시작하여 출소로 끝나는 이 영화는,
겁에 질려 들어오던 소년을 엔딩에서 갱단의 보스로 바꿔놓는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뜻밖에 '찬송'과 '예언'이다.
절망의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찬송이며
삶은 예측될 수 있는 것들이 고리처럼 이어져
결국 하나의 운명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유이다.
영화 제목은 정확히 번역하면 '어떤 예언자'이다.
코란의 예언자처럼 확정된 존재가 아니라,
모든 보편적인 삶이 모두 자기를 예언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통찰한 것일까.

영화 '예언자'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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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감옥이 은유이며,
감옥 속에서는 현실이 은유이다.
나의 삶에서는 저 영화가 은유이며
저 영화는 나의 삶을 은유로 펼쳐내고 있다.
옳고 그름이나, 혹은 선량하고 악랄함이
삶의 행로를 결정하는 잣대는 아니라는 생각.
삶과 죽음조차도 그것이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생각.
말리크가 6년 간의 처절한 수업 속에서 터득한
'살아가는 법'에는 우리가 슬쩍슬쩍 참조하면서도
굳이 가치 속에 편입시키지 않으려했던 불온한 노하우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영화 '예언자'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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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샤를리 엡도 테러와 IS로 뒤숭숭한
프랑스와 이슬람, 그리고 국제사회를
문득 되돌아보게 한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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