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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대학졸업식을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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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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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우리나라 모든 대학은 졸업식을 거행했다. 졸업식은 정규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의미가 있다. 겨울 캠퍼스는 화사한 화장과 울긋불긋한 넥타이로 메워졌다. 그러나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은 졸업식이다. 대학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은 당장 내일부터 할 일이 없다.

우리나라에 일반 대학(교육대학과 산업대학 제외)은 모두 189개이다. 2014년 기준으로 30만명이 일반 대학을 졸업했다. 이 중 취업대상자는 26만명이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은 14만명이다. 취업률은 54.8%이다. 2013년보다 하락한 수치다. 통계 작성은 졸업 후 통상 6개월 후에 한다. 졸업생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대학 졸업식은 슬프다.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대기업은 공채규모를 10%가량 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다. '바늘구멍'이 더 좁아졌다.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직원의 60세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고 있다. 이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산업화를 통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신발, 전자, 자동차, 조선,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경제는 발전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창조경제도 훌륭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일자리는 인문사회 계열엔 넘기 어려운 벽이다. 대졸자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고려하면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100대1을 쉽게 넘는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단다. 그래도 채용이 어렵다고 한다. 대졸자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대학교육까지 자녀 1인당 양육비가 3억896만원에 달한다. 대졸자 부모의 눈높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일자리는 그들의 삶에 대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청년, 특히 대졸자의 일자리는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이다. 노인 인구(65세 이상)당 청장년 인구(20~64세)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만큼 청장년의 노인 부양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1996년만 해도 십시일반이었다. 10명의 청장년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면 됐다. 지금은 '육시일반' 수준이다. 2020년대엔 '삼시일반'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실질적인 취업이 발생하는 25~34세 인구의 취업자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 왜 청년 일자리가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대졸자, 중소기업, 대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일자리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대졸자들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중소기업 취업은 대기업 취업실패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시작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도 대졸자에 대한 대우를 달리해야 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취업을 꺼리는 대졸자의 눈높이만 탓했다.

이제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요즘 대졸자들은 높은 비용을 내고 대학을 졸업한다. 그리고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는 높은 글로벌 역량도 갖췄다. 이에 맞는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만성적인 구인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기업도 신규 채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언제든지 대기업 경력직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

난 사람이 있으면 든 사람이 있듯이 어느덧 캠퍼스는 신입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채워졌다. 이들에게 슬픈 졸업식은 없었으면 한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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