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맞아 1930∼1950년사이 출생 戰前세대들 사외이사에 잇달아 선임
5일 각사에 따르면 이달 주총에서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을 앞둔 전전세대 사외이사는 10여명에 이른다. 총리, 부총리, 장관 등 고위관료 출신이 많다.
초대 상공자원부 장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등을 지낸 김철수 전 장관(1941년생)과 이승원 전 쌍용정유 회장(1932년생)은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 인수가 완료된 에쓰오일(20일 주총)의 첫 사외이사진에 포함됐다.
김진표 전 의원(1947년생)의 경우 동갑내기 단재완 회장(해성학원ㆍ해성문화재단 이사장)이 경영하는 한국제지(21일 주총)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김 전 의원은 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3선 의원으로 지난해 6ㆍ4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농심(20일 주총)의 경우 사외이사 영입을 놓고 곤욕을 치렀다. 농심은 당초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1938년생)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가 '위장치매'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취소했다. 농심은 라 전 회장을 대신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1936년생)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강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막는 데 실패, 1997년 11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났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100여일의 옥살이를 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농심 관계자는 "강 전 부총리는 경제나 금융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진 분"이라며 "경영 전반에 큰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13년 대기업집단 사외이사 선임 현황' 보고서를 보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상장사 187곳에서 2013년 신규(177명) 또는 재(207명)선임한 사외이사 384명 중에 겸임자는 315명으로 82.0%에 해당했다. 겸임자의 당시 직업으로는 교수(131명), 변호사와 고문 등 법무법인 소속(73명), 겸임 사외이사(54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사외이사 384명의 연령은 45~84세에 걸쳐 평균 61.7세였고, 선임일 기준 재임기간은 평균 2년, 임기만료일까지 활동한다는 가정에 따른 연속 재임 예상기간은 평균 4.43년이었다.
사외이사의 주요 경력(복수 경력자는 중복 합산)을 보면 교수 출신이 28.5%로 가장 많았고 법조계(17.9%), 법조계를 뺀 정부(15.9%), 기업(13.3%), 회계ㆍ세무전문가(5.7%) 출신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에선 국세ㆍ관세청(4.8%),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ㆍ2.6%), 감사원ㆍ공정거래위원회(각 2.0%) 등이 많았다.법조계의 행정사법공무원과 정부 출신을 합한 전관(前官) 성격의 사외이사는 전체의 25.7%나 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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