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비서실장에 발탁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의 장점으로는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이 우선 꼽힌다. 민경욱 대변인은 그에 대해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적인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대통령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해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고 국민들과 청와대 사이에 소통의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직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발탁이라는 이례적 결정과, 최측근 원로그룹의 회전문인사라는 비판에도 불구, 최소한 당과의 소통은 전보다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인 것이다. 이 신임 실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김기춘 실장을 교체하라는 요구가 비등했던 것은 그가 박근혜정부 '불통'의 근원지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의사결정시스템에 익숙한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대화보다는 지시에 가까운 업무스타일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 역시 취임 소감에서 "대통령과 국민들께서 지금 저에게 기대하시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는 것을 저는 잘 인식하고 있다"며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또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의 가교가 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와도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격적인 홍보수석 경질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윤두현 전임 홍보수석이 이끄는 홍보라인은 존재감이 약하고 현안 대응력이 떨어져 '불통'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연말정산 논란을 두고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청와대 홍보 능력의 미흡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윤 수석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논의' 발언을 겨냥해 "말 실수가 아니다"라며 공개비판한 것도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뒷말이 무성했다. 두 달 뒤 청와대 오찬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박 대통령 앞에서 윤 수석을 직접 질타했다.
이런 맥락에서 홍보수석 경질은 당과의 관계 회복뿐 아니라 대국민 정책 홍보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집권 3년차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올 한해 핵심 국정과제인 4대 부문 개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사회갈등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정책 홍보기능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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