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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칼럼]개헌보다 선거법부터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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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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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새 지도부를 뽑음으로써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이끌 지도부 구성을 마쳤다. 여야 새지도부는 온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개헌'을 주요 의제로 제기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내년 총선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개헌 문제를 마무리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개헌에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감지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올해에 개헌논의가 마무리되고 내년 총선에 국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야당이 강력히 주장하고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개헌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헌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암초가 허다하다. 개헌 시기나 방향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도 이론이 분분한 데다 청와대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여야 간의 대타협과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 및 국민적 동의 등 3위일체가 한박자를 이뤄야만 가능한 것이다.
'1987년 체제'로 불리는 현재의 낡은 헌정체제를 시대적 흐름에 맞게 고쳐나가는 게 최선이긴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헌법을 그냥 놔둔 채 정치체제를 개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옳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선거법을 고쳐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손질하는 것이다. 이는 개헌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 없이 여야 간의 합의로 선거법만 개정하면 가능할 정도로 과정이 간단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개헌 못지않게 폭발적일 것이다.

지금 한국정치의 최대 고질병인 지역주의문제는 영호남에 기반한 양당체제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구도에서 기인한다. 어떤 정권이 집권하든 영남당과 호남당이 각각의 연고에서 만년 집권당 행세를 하고 있다. 현재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바로 그렇다. 충청과 강원 및 수도권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결국은 영호남 연고권에 기반한 주요 변수에 부수적인 변수가 더해지면서 약간의 선거지형이 변화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양당제를 초래한 게 소선거구제라는 선거구제였다. 이는 누구나 짐작하는 내용이었지만 최근 '국내1호 데이터 정치평론가'임을 자임하는 전 민주당 당직자 출신 최광웅이 펴낸 <바보선거>라는 역저에 자세히 열거돼 있다. 그는 오랜 여의도 정치경험과 제13대 대통령 선거 이후의 모든 대선, 총선 등의 결과를 분석한 뒤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에 따르면 중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 도입 초기였던 12~15대 국회에서는 지역당적 성격의 다당체제가 유지됐고 소선거구제가 정착된 16대 이후엔 영호남에 근거한 양당체제가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선거구제가 다시 도입된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자.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대구ㆍ경북을 기반으로 87석,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70석,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59석,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각각 차지했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은 이른바 '3김(金)시대'가 저물었는데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번 부산에서 출마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큰 흐름이기보단 돌연변이에 가까웠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구제로 전환하고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임은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같은 방안은 과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기된 바 있으나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지역에 기반한 양당제라는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소선거구제가 가장 편리한 방법이라는 것을 여야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다. 여야는 개헌을 추진하되 우선 차선책으로 선거법을 손질하는 게 진짜 정치개혁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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