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회자되는 '관피아'라는 말은 공직자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특히 퇴직 후의 취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첫 번째 제도적 해법은 퇴직하는 고위공직자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3년 동안 제한함으로써 사회에서 어느 정도 격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으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50대 초중반에 장ㆍ차관급 공무원에 임용된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가장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두 번째 제도적 해법은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취업이력공시제도'의 도입이다. 내용은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한 기관, 취업 기간, 직위 등 취업이력을 공시하겠다는 것이다. 제도도입의 취지와 관계없이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에도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위험인물인 것처럼 취급되는 것처럼 인식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고위공직자들은 지위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재 고위공직자가 차관급 공직자가 되면 명예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50대 초중반 연령의 고위 공직자가 차관급으로 승진함으로써 못 받는 명예퇴직금은 대략 차관급 공직자의 1년 연봉수준이 된다. 이러한 효과는 직업공무원을 하다가 장ㆍ차관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1년간 무보수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러한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공론을 들어 본적이 없다. 그러한 제도가 공론화 되지 못하는 이유가 고위공직자들이 그러한 제도에 동의하거나 수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최근의 제도개선에 있어서도 당사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제도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에 대한 사람들의 선망은 크게 증가한 반면 명예의 소중함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되었다. 그럼에도 공직은 경제적 보상을 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가지는 직업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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