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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개혁 물거품…'GO'에서 'STOP'까지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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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증세 반발 의식하다 저소득층 부담 외면" 비난 목소리…청와대는 한 발 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건강보험 부과체계(개편)은 상당히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다. 제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인 만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싶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에서 출입기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29일로 예정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 보도를 한달정도 연기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렇게 덧붙인 것이다. 하지만 문 장관은 하루 만에 돌연 입장을 바꿔 건보 개혁을 전면 백지화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건보 개혁 백지화 긴박했던 일주일 = 29일 예정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 공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부터다. 복지부가 이날 배포한 주간 보도계획에서 건강보험 개편안이 빠진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를 마무리하는 기획단의 최종 회의가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나흘 뒤 복지부는 개편안의 엠바고(보도유예) 연기를 기자단에 요청했고, 27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기자단 회의가 열렸지만 엠바고 연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초 담배값 인사에 이어 연말정산 파문 등이 증세 논란으로 비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피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로 기자단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문 장관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지난 1년 6개월간 논의한 끝에 어렵게 마련한 건강보험 개편안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보험료가 일부 계층의 반발로 최근 증세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장관은 27일 기자들에게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면서 "복지부 혼자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와 국회를 설득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결정 이후 끊임없이 증세 논란에 시달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이후 복지정책의 확대로 재정이 부족하자 담뱃값 인상 등으로 '우회 증세'로 이를 메꾸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새해부터 바뀐 연말정산 방식으로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그 결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소득층 반발 우려"…복지부의 제발 찍기 = 정부가 검토하던 개편안은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줄이고, 월급 이외에 금융이자나 배당 등 추가소득이 많은 직장인들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향이다. 대다수 직장인의 보험료는 그대로다. 개편안대로 시행되면 월급 이외 추가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직장인 26만3000명은 평균 19만5378만원의 보험료를 더 부과받게 된다.

현재 보험료가 면제된 피부양자 19만3000명도 13만746원의 보험료를 새로 내야 한다. 보험료가 오르는 세대는 2.8%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 601만9000세대(79.3%)는 이번 개편 논의가 무산되면서 보험료 인하 혜택을 못받게 됐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고소득층의 반발을 우려해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외면하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집토끼 이탈의 가능성을 방증, 청와대가 복지부를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건강보험료를 직접 징수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이번 개편안 무산으로 '패닉' 상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건강보험료 관련 민원은 6000만건에 이른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슷한 소득의 이웃이라도 세대 구성원의 성(性)과 연령, 자동차 등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인 탓이다. 전체 보험가입자의 40%가 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인데 일부 부유층도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부과체계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조만간 형평성에 맞게 개선된다고 이해시켰는데 이제는 어떤 변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중요한 국정과제를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나오자 청와대는 한발 빼는 모양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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