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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유보 못해…교육부 무리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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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이 보낼 곳도 없고 누리과정 예산도 없는데…황우여 부총리 "보육시설 개선 내년까지 완료"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로 이미 첫발을 뗀 상태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시작부터 삐걱대왔다. 어린이집 사태로 학부모 불안이 높아지자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의 질적 차이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완성하겠다는 공약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아동학대 근절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아교육과 보육교육 간 질적 차이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어린이집 환경을 개선하는 게 근본적 방법"이라며 유보통합 추진을 거듭 확인했다. 현재 정부는 유보통합 1단계로 올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평가 체계를 통합하고 정보공시 항목을 개편해 등급을 공개할 계획이며 2016년까지 3단계에 걸쳐 통합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선 재원 확보 문제에 가로막혀 정책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질적 차이를 좁히려면 교사 처우 개선 등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만 3~5세를 대상으로 어렵사리 교육과정 등을 통합한 '누리과정'을 두고도 중앙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각 시도교육청에 '빚을 내라'고 요구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 안에 통합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영유아 보육문제의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부총리는 장관 취임 직후에도 유보통합을 최우선 사업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나, '통합이냐 분리냐'의 문제보다 일단 가까운 곳에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충분히 확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정부가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정책 추진에만 급급해, 당장 주변에 아이를 보낼 데가 없다는 아우성에는 귀를 닫고 있다는 불만이다. 올해 만 3세가 되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인 이모(33·서울)씨는 "더 좋은 시설을 찾는 걸 떠나 일단 가까운 거리에 보낼 데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걱정했다.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 학부모 최모(38)씨는 "지난해 누리과정 지원이 끊긴다고 그 난리가 난 걸 보면 지금 있는 제도조차 안심할 수 없는 것 같다"며 "통합하는 건 더 큰일일 텐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장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어린이집 4만3000여개소 가운데 국공립어린이집은 2480개소(지난해 12월 기준)로 5.4%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2013년 '국공립·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신규 설치가 어려운 국공립어린이집의 대안으로 민간 어린이집 가운데 평가인증점수, 1급 보육교사 비율 등이 높은 곳을 선별한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릴 수 없어 마련된 방편이다. 그러나 민간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한계 때문에 국공립 수준의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관계자는 "현재 유보통합의 첫걸음으로 누리과정이 통합됐다 해도 시설별로 교육 수준이 천양지차"라며 "확실한 교육적 목표와 재정확충 없는 통합 추진으로는 현장에 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 여건이 안된다면 무리하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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