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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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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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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만 있으면 어린 시절 탓으로 돌리는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에 얼마나 동의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힘없다는 이유에서 당한 폭력은 불끈불끈 분노를 일으킨다. 이제 장성하여 그 가해자를 다시 가늠해보면, 비겁하고 야비한 성정을 가진 경멸하여 마땅한 자이리라.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도 있고,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정서발달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아동학대는 오래간다.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맡은 자들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CCTV에 녹화되었고 적나라하게 방영되었다. 드러난 곳만으로도 여러 곳이니 아동학대가 만성적이고도 일상적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이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여론이 하수상하니 입법조치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던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 방언 터지듯 떠들어댄다. 여기에도 부패의 혐의를 둔다면 억울하다고 할지는 모르나 전형적인 클라이언트 정치가 도사리고 있다. 무슨 위원회 만드는 시늉이야 하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가 이어지니 동네축구 하듯이 이리저리 몰리다가 차츰 조용해지리라.

더욱 문제는 공무원들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감독부서들이다. 지금까지 몇 번 보도되었고 형사절차진행 중인 사건도 있는데, 지금까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공무원들은 몰랐나? 국회에서 시끄러운 동안에 마치 법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양 뒤로 물러나있다. 정말 그럴까? 형사법은 차치하고 어린이집을 규율하는 법률인 영유아보육법을 보자. 언뜻 보기에도 이미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부모의 모니터링에 대한 근거규정도 이미 규정되어 있고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CCTV 설치 등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관계 공무원은 개별 어린이집의 운영 상황과 서류를 조사, 검사하게 할 수 있다. 아동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에는 어린이집의 폐쇄까지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공표하여 다시는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흔히 복지사업분야의 이익집단들이 그악스럽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렇다면 그만큼의 거리를 두었어야지 이를 핑계 삼아서야 되겠는가.

아동보육제도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물론 국회와 중앙정부의 일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CCTV 설치 의무화, 부모 참여 확대,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란다. 그중 부모의 참여는 앞에서 밝혔듯이 이미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만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으니 한 줄 열거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 나머지는 단기적인 대증요법일 뿐이다. 이러한 차원의 대책으론 보육교사의 자질이 제일 중요하다.
처우가 좋아지면 좋은 사람이 올 것이고 여유도 생긴다. 국가의 보조금을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라 보육교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가 아동보육을 민간에만 미루려는 태도이다. 사인으로서는 당연히 영리목적을 위해 비용이 덜 드는, 자질이 부족한 보육교사로 운영하기 마련인 것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감독의 강화 이전에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여 민간 어린이집과 경쟁시켜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린이집을 폐쇄하여 부모에게 이중고를 줄 것이 아니라 운영자를 바꾸면 된다. 공공기관이, 경우에 따라서는 학부모의 자원봉사를 받아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을 원인유발자인 원장이나 보육교사에게 부담시키는 등의 조치는 부차적인 것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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