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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살벌한 한국 사회, '철학·소통'의 지도자가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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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5년 청양의 해 연초 풍경은 그 어느때보다도 살벌하다. 온 나라, 아니 온 세계가 위 아래 할 것 없이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프랑스 잡지사 테러 등 종교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 어린 한국 학생마저 이슬람 무장과격단체에 가담하기 위해 부모 품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는 바람에 한국인 최초의 '지하드' 대원이 탄생할 상황이다.

국내 상황은 더하다. 각종 사건 사고, 패륜, 추태, 재난의 정도는 위아래를 막론하고 극심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버젓이 벌어진 하극상과 불통ㆍ십상시 논란 등은 해방 이후 현대 정치사에서 초유의 추태들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등 며칠 걸러 한 번씩 대형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터졌다 하면 볼 것도 없이 사람들의 무관심과 규제 완화 등이 초래한 '인재'(人災)들이다. 전처의 딸을 성추행한 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어린이집 교사의 원아 폭행 사태가 잇따라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민의 자랑이었던 이웃간의 정이나 예절, 효 등의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파트값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 부녀회가 남의 생계 수단인 부동산중개업소의 영업권을 빼앗는 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이런 일들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만 해도 '성리학'이라는 고도의 도덕적 철학으로 무장된 지배계급이 통치하던 조선시대 때에도 세상은 시끄러웠다. 시대가 흘러 물질적으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초야에 묻혀 밭을 갈지만 지식과 세계관, 철학적 사색의 깊이는 누구 못지않았던 '제갈량'같은 이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의 시대적 상황은 '인간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하고 넘길 수 없을 만큼 심상치 않다. 자원 고갈ㆍ환경 파괴는 이제 임계점에 이르려 하고 있다. 부와 물질 문명을 둘러싼 인간들의 갈등도 핵전쟁을 무색할 정도의 비극을 불러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간이 이룩한 물질 문명과 부가 갈수록 고도화될 수록 이같은 살풍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풍요로운 적이 없다지만, 지구상 인구의 80%가 기아에 시달린 대가를 나머지 20%가 누리고 있을 뿐이다.
연초부터 뜬 구름 잡는 얘기를 했다. '철학'ㆍ'세계관'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인간, 인류, 작게는 우리 사회, 민족, 국민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도자는 더욱 그렇다. 연초부터 불통과 고집으로 가득 찬 신년 기자회견으로 지지율을 왕창 까먹은 한 지도자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도 안 한 채 공무원들이 제공한 얕은 지식을 '앵무새'처럼 되뇌어서는 안 된다.

나름의 철학ㆍ세계관을 갖춰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소통해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지도자와 정치 그룹이 나와야 한다. 그들이 나서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상처와 분노, 갈등, 아픔, 외로움, 고통을 치유해 줘야 한다.

그래야 요즘같은 우리 사회의 살벌한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가시고, 사람들 사이에 정이 싹틀 것 같다. 따뜻한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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