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올해 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회사 8곳의 총 작품 거래액이 970억73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4.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색화 열풍'이 불러온 신규 고객층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미 블루칩 작가로 정평이 나있던 이우환, 김환기 뿐 아니라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계열 작가들이 작가별 낙찰총액 상위 20순위에 포함됐다.
올해 최고가로 팔린 작품은 지난 11월 서울옥션이 홍콩에서 판매한 제프쿤스의 '꽃의 언덕'으로, 1705만홍콩달러(한화 약 24억 4800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호당가격이 가장 높게 나타난 작가는 2012~2013년에 이어 박수근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올해 결산에서 낙찰가격 100순위 작품에 이름을 올린 국내작가 작품은 무려 66점이었고, 해외작가 작품이 18점, 고미술품이 16점으로 집계됐다. 제프쿤스, 앤디워홀, 피카소 등의 대형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거래됐으나, 100순위 내 17점이 이우환, 15점이 김환기의 작품으로 국내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최고가 작품은 제프쿤스의 '꽃의 언덕'(24억4800만원), 2위는 이우환의 '선으로부터'(18억900만원), 3위는 앤디워홀의 '꽃'(17억2400만원)이었다.
작가별 낙찰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김환기(100억7700만원), 이우환(87억6300만원), 김창열(34억5800만원) 순이었고, 오치균(29억2700만원), 정상화(27억9000만원), 앤디워홀(27억480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낙찰가 20순위 안에 포함된 국내외 주요작가의 거래량을 별도로 구분한 결과 20순위 내 국내작가는 15명으로 전체 낙찰가의 44.5%, 해외작가는 5명으로 9.9%를 차지했다. 국내 작가들 중 김환기, 이우환, 김창열, 오치균, 이대원, 박수근, 김종학, 천경자는 2012~13년과 동일했고, 최근 단색화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정상화와 박서보도 새롭게 순위에 합류했다. 상위 20순위에서 국내 생존 작가가 9명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일단 경매시장 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이는 단색화를 중심으로한 신규 수요층 개발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라며 "단색화 트렌드에 쏠림현상이 가져다 준 결과이며 중저가 작품 거래 등 전체 미술시장이 안정화됐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내년은 특정 트렌드 위주를 넘어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 대책, 작가 지원과 유통 지원책, 작품유통가격 투명성 확보 등 정부 차원에서의 여러가지 보완책들이 나올 계획이어서, 이에 힘입어 미술시장이 전박적으로 안정화를 다지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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