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 회의 주재·중앙회 이사회 직접 설득
자금력 탄탄한 유력후보들 제치고 쟁취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지난해 6월 임종룡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단결력이 뛰어난 조직이었지만,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 생존하기엔 직원들의 '야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취임 일성 중 하나로 내걸었던 '시너지'를 위해서도 우투증권 인수는 필요했다. 내부에서는 지방은행 인수를 권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의 역량이 탄탄하게 갖춰진 만큼 부족한 증권계열만 보완하면 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중앙회와 지역 농축협 등 범 농협의 네트워크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도 있으리란 기대감도 있었다.
초반 여론은 농협금융에 불리했다. 당시 KB금융 등 유력후보들에 비해 자금조달 여력도 부족했고 농협중앙회의 승인 등 내부의 복잡한 의사구조도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금융위가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지 채 한 달도 안돼 인수 특별팀(TFT)를 꾸렸다. 임 회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 직속으로 설치된 이 인수팀의 명칭은 '300'. 100만 페르시아 군과 맞섰던 영화 속 300명의 스타르타 전사들을 염두에 둔 것이란 후문이다.
인수 초반부터 재무ㆍ법률ㆍ전략 등 각 부문별로 컨설팅업체를 선정한 것도 주효했다. 인수에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면 비용부담이 컸지만 인수 이후까지 대비해 중장기적인 계획과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했다.
마침내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는 '화학적 결합'에 무게를 뒀다. 임 회장은 통합의 성공은 조직문화 통합에 달려있다고 봤다. 우투증권과 '노사상생발전협약'을 체결해 합병과 조직안정에 협력을 약속했다. 또 우투증권을 포함해 농협금융내 10개 자회사 미혼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미팅 이벤트 등 직원간 화합을 위한 각종 행사도 마련됐다. NH농협증권과 우투증권 경영진들은 농협사업장을 견학하는 워크숍을 실시했다.
우투증권 인수로 4대금융에 이름을 올리게 된 농협금융은 '자산운용 강화'을 다음 도전 과제로 내걸었다. 지주차원에서 5개월간 '자산운용 강화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자산운용 전문가인 김희석 전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농협금융과 농협생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했다. 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Amundi) 그룹과 협약을 맺고 전문인력과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 회장은 농협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도 열의를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제화 전략'이다. 경쟁사들처럼 해외 네트워크를 늘리는 방식의 진출은 농협금융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세계적인 협동조합 은행인 네덜란드 '라보은행'처럼 농협중앙회의 경제부문과 함께 국내 농식품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농협금융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임 회장의 생각은 꽤나 분명하다.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중앙회의 주인이 농민들인 만큼 농협금융의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한 조직의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공감대를 바탕으로한 유대관계가 탄탄한 건 농협만의 장점이지요."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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