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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식] '그만의 방'·'누락된 기록' 展

최종수정 2014.12.21 07:05 기사입력 2014.12.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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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시갈리트 란다우, '남자의 훌라'

시갈리트 란다우, '남자의 훌라'

◆'그만의 방: 한국과 중동의 남성성' 전= 여성과 성적 소수자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자신들의 권리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부재, 모계사회의 부활, 남성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TV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남성뉴스, 남성인권회복위원회 등 남성의 역차별을 희화하는 고정 섹션을 만들고 있다. 이 전시는 흔히 가부장적인 사회의 전형으로 인식되는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현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참여 작가를 한국인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터키, 이라크, 오만,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 작가들로 확장했다. 전시 관계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로 알려진 중동지역의 작가들이 남성을 표상하는 방식이 한국사회의 남성 담론에 내재된 문화, 정치,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용 '아버지'

이동용 '아버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1929)에서 차용한 전시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전시는 남성에 대한 논의가 상당부분 페미니즘이 이룩한 성과에 기대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작가들은 남성, 여성, 게이, 레즈비언 등 각자의 정체성에 상관없이 성적인 존재로서의 남성보다는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남성과 정치적인 장으로서의 남성성에 주목했다.

시갈리트 란다우의 '남자의 훌라'는 특별한 까닭이 없이 단지 후프를 계속 돌리기 위해 서로에게 의존하며, 후프가 도는 속도에 갇혀있는 남자들이 개인으로 존재하기 힘든 중동 남성들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이동용의 '아버지'란 작품은 수백장의 가족사진으로 하나의 거대한 경관을 구성하는 설치작업인데, 이 사진들 속에는 아버지가 없다. 바로 사진을 찍은 이들이 모두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칼레드 라마단의 '카이로의 마을버스 X'란 사운드 작품에는 2013년 카이로의 한 버스 안에서 녹음된 세 남자의 대화가 한국 여성의 목소리로 더빙돼 있다. 평범한 이집트인들의 대화는 약 1년 후 이집트에서 벌어진 군사정권의 집권을 예고하는데, 이 정권은 저항시위에 참여한 모든 여성들에게 처녀성 테스트를 하라고 지시해 여성운동가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바 있다. 작가는 국가 폭력에 대한 상징적인 시위로 세 남성의 목소리를 세 여성의 목소리로 바꾸었고, 서울에서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이 대화를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로 바꾸는데 동의했다. 내년 1월 25일 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02-739-8945.

김지호, 보이지 않는 벽,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4

김지호, 보이지 않는 벽,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4

'누락된 기록II: 증언의 힘' 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와 진실의 문제에 있어서 증언이 지닌 중요성, 그리고 증언을 보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전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과 대구의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참여한 기획전으로 작년 '누락된 기록I :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기록'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언어와 몸짓,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감정들은 정확한 년도와 일자, 사건의 선후순서를 떠나 강력한 증거로서 우리 안에 살아있다. 평균 나이가 90대에 이르러 그들은 지금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시대정신을 담고 표현해야 할 예술가들이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무엇이 중요하며, 또 어떤 방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다. 전시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해 증언이라는 행위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감성적 차원에서 그 증언이 가지는 힘과 메시지에 관해 예술적 감성을 기초로 표현했다.

그 한 예로 김지호의 설치작품 '보이지 않는 벽'은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증언을 계속하고 있는 위안부는 영상을 끝없이 투영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같다. 작가는 "'증언'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위치'라며, 아무리 소리가 커도 무관심 속에 귀를 막는다면 그 무엇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되고, 편견 속에서는 오해가 생겨 같은 소리가 들어도 다른 의미로 들리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올바른 위치에 섰을 때 증언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벽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 02-730-560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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