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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민주주의가 이념 철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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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주도 정당해산 헌재가 받아들여…헌정사상 첫 해산, 정치사의 충격적 대사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무부가 주도한 정당해산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면서 통합진보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1월5일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진보당은 강령 등 그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핵심세력인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서유럽을 순방 중이었고, 순방 도중 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결제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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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관련 규정이 담겨 있지만, 한국 헌정사에서 정당해산을 실행에 옮긴 일은 없었다. 한국은 삼권분립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상 정부가 정당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한국 정치사에는 통합진보당보다 급진적인 강령을 채택하고 있는 정당도 있었지만 당시 정부가 '정당해산'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이는 정당해산 문제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당에 대한 평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산을 주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강행했다. 법무부가 정치적 국면전환을 위해 정당해산을 시도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있어 정당해산 청구를 했다면서 정당성을 역설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정당해산을 결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정적인 근거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8월28일 이석기 의원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28일 이 의원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이 의원 활동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법무부는 이 의원 사건을 토대로 진보당과 북한의 연계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황교안 장관은 지난달 25일 헌재에서 열린 최종 변론에서 "'제궤의혈(堤潰蟻穴)',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말"이라며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정당을 해산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내란음모 판결이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내란음모 등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2심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형량은 징역 9년으로 감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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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선동 및 국보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결과다. 2심 판결이 나온 이후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도 진보당 측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법원이 이 의원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헌재가 정당해산 심판 선고를 한 것도 '정당해산' 선고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 요인이었다. 헌법재판관들 다수가 보수성향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헌재가 미리부터 정당해산을 결정해 놓은 게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헌재의 평의는 법적으로 비공개로 돼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헌법재판관 평의에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이재화 변호사는 "정당해산 결정은 정부의 공안몰이에 헌재가 편승한 결과이다. 헌법이 다수파 횡포로부터 소수파를 보호하라고 했지만 헌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서 "국가가 나서서 반대파를 제거한 행위가 용인된 것은 국격을 후진국으로 추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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