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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여초시대 여자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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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여자는 고운 여자한테 지고, 고운 여자는 결혼 잘 한 여자한테 지고, 결혼 잘 한 여자는 자식 잘 둔 여자한테 지고, 자식 잘 둔 여자는 건강한 여자한테 진다.'

중년들의 연말 송년회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라고, 며칠 전 지인이 성탄절 선물처럼 주섬주섬 들려줬다('여자'를 '남자'로 바꿔도 된다). 술자리 안주거리를 죽자고 따질 일은 아니지만 곱씹어보면 내공 깊은 여담이다.
인생은 과연 그렇다. 머리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야 하고, 나보다는 우리가 중요하고,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으며,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다. 역순으로 풀면 내 심신이 강건해야 가족도, 일도 평안한 법이다. 한창 때 코트자락 휘날려봤자 건강을 잃으면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다. 가뜩이나 세월 가는게 서러운데 무릎 삐거덕거리고 허리 휘청해봐라, 눈물이 파도를 이룬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조금만 걸어도 발목을 부여잡고 연일 숙취를 호소하는 여자 후배들의 앓는 소리를 듣자니 가히 눈물겨운 분투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아프지 말고 씩씩해라. 그것이 여초(女超)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숙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여성인구는 2531만명으로 남성인구보다 1만명 더 많아질 전망이다. 1960년 정부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남녀 성비 역전이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4년)'부터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2년)'까지 과거 정부의 대국민 출산 계몽 캠페인은 얼마나 요란뻑적지근했던가. 농업 사회에서 남아 선호 사상은 지독히 뿌리가 깊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아들과 딸의 드라마틱한 신분 역전이라니.
이런 변화의 파고에 금녀(禁女)의 벽도 쩍쩍 금이 간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 여자 수장이 탄생했고, 남군의 전유물인 잠수함에 드디어 여군도 탑승한다. 모 그룹 회장 딸은 해군장교로 임관해 국토방위에 나섰고, 언론사에서는 여자 선배들한테 깨지는 남자 후배들의 가녀린 어깨가 연일 콜록거린다. 다만, 양성평등은 이제 막 길을 닦기 시작했으니 사막과 가시밭길을 뚫고 나아가려면 여자들이 먼저 씩씩해야 한다. 시대적 변화가 마뜩찮은 노쇠한 시선을 견디려면 역시 씩씩해야 하는 것이다. '마누라(여친)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씀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양성평등 사상의 남자들이 하나둘 늘고 있으니 과연 씩씩해도 될 일이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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