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가 보편화되면서 '생활 리스크(Life Risk)'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원래 손해보험에서 보상하는 대인대물(對人對物)사고의 발생 경우와 유형에서 비롯되었지만 사회학에서는 '누구만큼의, 혹은 일정 기준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위험성'으로 정의된다. 상대적인 삶의 비교과정에서 도출된 이 개념은 통계적 평균에서 벗어나는 정도인 표준편차나 분산을 그 척도로 삼는 재무이론의 리스크와 논리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비교대상에 따라 객관적 기준이 달라져 모호하고 막연하다. 인간의 욕망이 사회화, 집단화, 표준화, 획일화되어가는 점을 비틀어 '주체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갈파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언명(言明)처럼 이 정의에는 박제(剝製)된 인간의 욕망이 맹목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예의(禮義)를 비방하는 것을 자포(自暴)라 하고, 내 몸이 인(仁)에 거하지 못하고 의(義)를 따라 행하지 못함을 자기(自棄)라 한다.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 두고 살지 않으며, 바른 길을 버리고 행하지 않으니 슬프다(言非禮義 謂之自暴也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 仁 人之安宅也 義 人之正路也 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고 한탄했지만 인의예지라는 상덕(常德)이 인생의 리스크 관리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된 세상이다.
생활리스크는 개인 차원의 리스크지만 집적되면 '사회적 리스크'로 증폭한다. 저축은 노후대비와 생활안정을 통해 생활리스크를 담보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가계저축률은 2013년 말 현재 4.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반면에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8월 말 현재 75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공을 들인 부동산 시장도 전세가는 폭등하는데 매매가는 침체하는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모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리스크의 원천인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 현상들이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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