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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감독 "영화 '카트'는 계몽영화가 아니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상업영화다"

최종수정 2014.10.31 11:00 기사입력 2014.10.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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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개봉...염정아, 문정희, 천우희 등 여배우 총출동

부지영 감독

부지영 감독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 전체 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란 소리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까지 더하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혹은 내 가족이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소시민들의 일상을 퍽퍽하게 만든다. 대중문화에서 비정규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비정규직 인턴의 회사생활을 다룬 드라마 '미생'과 회사 내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다룬 최규석의 웹툰 '송곳'에 대중들은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첫 상업영화 '카트'도 내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카트'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투쟁을 모티브로 삼는다. 정직원 전환을 코앞에 둔 선희(염정아)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혜미(문정희), 매번 취직에 실패하는 취업준비생 미진(천우희), 수십 년째 마트에서 청소를 하는 순례(김영애)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정규직, 청년실업, 10대 노동인권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노동문제들이 각 캐릭터를 통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는 이들의 눈물나는 투쟁 과정을 일기 써내려가듯 순차적으로 담아내는데, 연출을 맡은 부지영(43)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동영화나 계몽영화가 아닌 재미와 감동이 있는 상업영화"임을 거듭 강조한다.
"출발은 이랜드 비정규직 사건에서 시작했지만, 취재를 위해 비정규직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다했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 대형마트들의 부당 노동행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싸움 등에서부터 뉴스, 르포, 기록, 다큐멘터리 등을 살펴보면서 디테일한 것들을 쌓아나갔다. 영화 속 '더 마트'는 직접 계약에서 간접 계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룬다. 마트에서 감정 노동자들이 받는 수모,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에서 먹고 자는 청소 노동자들의 모습은 당연히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회사 측이 어떻게 이들을 무시하고, 이간질시키며, 폭력을 휘두르는지에 대한 묘사도 빠질 수 없었다."

부지영 감독

부지영 감독


영화를 위해 실제 마트 직원들과도 여러차례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고 말하는 부 감독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다들 함께 뭉쳤던 사람들이 반목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 회사와 싸우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데, 내부 갈등은 정말 괴로운 거다. 회사가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누구는 현장에 복귀시키고, 누구는 그대로 남겨둔다. 다들 생계가 힘든 걸 아니까, 먼저 떠난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영화에서 작업 현장에 복귀한 혜미와 투쟁 현장에 남겨진 선희가 전화 통화하는 장면이 그렇게 나왔다. 그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다."

'카트'는 '부러진 화살', '건축학개론' 등을 선보인 명필름이 제작에 나섰고, 관객들의 펀딩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했다. 배우들은 출연료를 자진 삭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등의 여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인기 아이돌 '엑소'의 도경수도 출연해, 시사회 때마다 10대 관객들을 몰고 다닌다. 부 감독은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었고, 명필름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인공 '선희' 역할의 염정아에 대해 "어떤 캐릭터를 맡든 그 인물의 속까지 보여주려 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의외의 아이돌 캐스팅에 관해서는 "연기를 잘한다면 누구든 상관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카트' 중에서

'카트' 중에서


사회고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휴먼 드라마적 성격이 강하다.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을 해고하는 악역을 맡은 최 과장(이승준)마저 자식 셋을 둔 가장으로서의 입장이 있다. "최 과장 역시 소시민에 불과하다. 하지만 때때로 그런 평범함 속에서 악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내린 결정이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악이 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의심해야 한다"고 부 감독은 말했다.

"'함께 잘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아무리 내가 행복해도 신문에서 파업, 자살, 투쟁의 기사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나. 골고루 잘 살아야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누군가가 오래도록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데도 바뀌는 것이 없으면 답답하고 갑갑하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인식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감동을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의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참, 우리 영화는 계몽영화가 절대 아니다.(웃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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