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재임 2년 차인 1989년에 합의된 3당합당도 내각제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역학관계에서 보면, 대통령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한 생리적으로 개헌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에 불거진 개헌론에 대해 임기 중 개헌은 절대 없을 것이라 쐐기를 박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2년차에 이르자 이른바 공동정권 차원에서 합의한 내각제개헌 논의를 잠재웠다.
어떻게든 개헌논의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합의는 어렵다. 대부분 머릿속에 권력구조, 특히 대통령의 권한과 임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대안은 의원내각제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는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여 우리나라가 처한 분단현실에만 비추어도 곤란하다. 지금 국회의원들 소양으로는 의원내각제를 이해도 감당도 못한다. 그래서 가시권에 있는 것이 4년 중임의 대통령제, 외교국방과 내치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이다. 둘 중 하나로 합의가 가능할까? 아마도 그 시기에 유력한 정치인들의 개인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리라. 그러나 수상이든, 책임총리든, 부통령이든 또 다른 권력자를 두면 대통령과의 권한배분이 쉽지 않다. 이에 더하여 4년 중임제는 8년 단임제로 운영될 위험이 아주 높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 세월호가 입법적으로 정리되었는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문제도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겨우 해결이 될 듯 말 듯하다. 최근 문제가 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드러나듯이 형편없는 정치인들 임기까지 챙겨주기에는 우리 사회에 여력이 없다. 아무리 개헌이 소신이라 한들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제기하면 개인적 신념을 공론화하려는 무책임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 개헌할 조항은 많다. 국민의 권리에 관한 조항, 특히 소수자 보호가 시대에 맞게 보완되어야 하고, 검사에게 독점적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조항이나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한 조항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정도 문맥과 내용이 모호한데, 이를 정리하려면 좀 시끄럽겠지만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
그럼 언제가 개헌을 하기에 적절하겠는가? 그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까지의 헌정사를 돌아보면 장기집권을 시도하거나, 정변이 나서 권력구조를 바꾸려 할 때에나 본격적인 개헌논의가 있었다. 평온한 상황에서는 개헌의 동력을 찾기 어려운데, 왜 지금 시점에 대통령제에 초점을 맞추어 개헌을 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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