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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댄스, 그녀가 하면 금빛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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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 인천장애인AG서 댄스스포츠 3관왕…안무 철저히 준비하는 노력파

휠체어댄스스포츠 베테랑 최문정

휠체어댄스스포츠 베테랑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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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다시 찾아야 하지만 춤 출때 행복"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서정적인 선율과 어우러진 휠체어바퀴의 동선. 마루는 곧 화려한 무대가 된다. 부드럽지만 때로는 강렬하게 관중을 유혹한다.

휠체어댄스스포츠 10년차 베테랑 최문정(38). 손끝까지 섬세한 예술 연기로 아시아를 사로잡았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을 이뤘다. 최종철과 호흡을 맞춘 듀오 스탠더드 클래스2ㆍ듀오 라틴 클래스2에서 정상에 올랐고, 박준영(30)과 콤비 스탠더드 클래스2 우승마저 합작했다. 듀오는 장애인과 장애인, 콤비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춤을 의미한다.
최복례(53) 대표팀 코치는 "재능도 넘치지만 의지가 남다르다. 무대에 오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가 된다"고 했다. 최문정은 "끊임없는 변화가 삶을 윤택하게 한다. 다양한 도전으로 새로운 재미와 매력을 찾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휠체어를 통해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문정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1999년 낙상을 당했다. "병원에서 2년 정도 재활치료를 받았는데 더 이상 다리를 쓰기 어렵다고 했다. 회복을 위해 수영을 시작하다 우연히 댄스스포츠를 접하게 됐다." 그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부단히 연습했다. 그리고 몸을 의지하는데 그칠 것 같았던 휠체어를 끝내 예술의 도구로 승화시켰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댄스스포츠를 하는 분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비장애인의 율동에 끌려가는 수준이었다.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최문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짰다. 파트너 박준영은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만든 뒤 대화를 통해 세세하게 다듬는다. 시작할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또 다른 파트너 최종철은 "밖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여자지만 무대만 오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재능도 있지만 공부를 많이 하는 노력파"라며 "자기주장이 강해 자주 부딪혔지만 그의 말이 모두 옳았다. 열심히 준비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휠체어댄스스포츠 베테랑 최문정(오른쪽)

휠체어댄스스포츠 베테랑 최문정(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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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은 다음달 4일~8일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끝으로 당분간 쉴 생각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한숨을 돌려야 할 것 같다. 돈도 벌어야 하고." 정해진 수입원은 없다. 콜 센터에서 지난 8월까지 전화 상담 업무를 했으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전념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보니 댄스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합숙도 해야 했고. 다시 어떻게 일자리를 찾아야 할 지 걱정이다."

댄스스포츠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전문 휠체어의 가격은 500~600만원. 드레스를 맞추는데도 비슷한 비용이 든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아시안게임 3관왕에 대한 포상금도 없다. 최종철은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내 처지를 돌아보면 남들에게 선뜻 권하기가 어려운 운동"이라며 "문정이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 코치도 "선수들이 댄스스포츠에 대한 사랑만으로 무대에 선다고 볼 수 있다"며 "수입 등을 생각하면 울며 겨자먹기"라고 했다.

그래도 최문정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관중에게 전하는 감동에서 행복을 느낀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내 연기에 눈물을 흘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희열을 잊지 못해 댄스스포츠를 놓을 수 없다." 그는 말했다. "삶이 척박할지라도 자이브의 리듬처럼 밝고 경쾌하고 살고 싶다. 미친 듯이 춤을 추면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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